방학을 목전에 둔 초등 3학년 어린이가 내년에 초등입학을 앞둔 만 5세 여동생에 관해 문득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동생이 초등학교는 잘 다닐 수 있겠지요?"
"응! 그럼 당연하지. 그래서 엄마가 미리 병설유치원을 보낸 게 아니겠어?"
해맑게 웃으며 요즘 동생의 생활패턴에 대해서 줄줄이 읊었다. 그러자 바로 나오는 대응반격에 말문이 막혀버렸다.
"아니 그게 아니고요. 급식시간에 다 먹었는지 검사하는 선생님도 계시거든요."
"아......"
모든 선생님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1학년과 3학년 담임선생님은 급식 검사를 따로 하지 않으셨고, 2학년 때 담임선생님은 검사를 하셨다는 경험담을 듣자마자 급격히 발랄했던 기분이 가라앉았다.
만 5세 어린이는 언어지연으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어서 치료 중에 있지만 기관생활에서 발달지연보다 더 신경이 쓰인 부분은 편식이 심하다는 점이었다. 편식이 심한 정도란 보통의 어린이들처럼 초록색과 주황색 계열의 채소만 꺼리는 것이 아닌 낯선 음식에 대해서는 시도조차 어렵고 특히 흰 밥 먹기를 거부한다.
한국사람이 밥을 먹지 않으면 대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할 수 있는데 빵과 우유 그리고 생선을 좋아하기에 영양이 부족하거나 불균형이라고 생각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기관에서의 단체 식사시간에 특히 두드러지는 아이의 모습은 선생님도 또래 아이들도 당황스럽기에 여전히 난감한 부분이다.
그렇다고 쌀밥을 아예 먹지 않는 것도 아니다. 도시락용 조미김에 밥을 싸면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또 짭조름한 김자반으로 주먹밥을 만들어서 흰색이 보이지 않게 주면 곧잘 먹는다. 이 방식이 100% 통한다면 급식시간에 별도의 김을 준비할 텐데 배가 아주 고플 때만 잘 먹는 타입이라 김도 치트키로 쓰기는 어렵다.
그리하여 요즘 아이가 먹는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 오리고기, 생선, 돈가스, 피자, 치킨, 멸치볶음, 우유, 요거트, 사과, 고구마, 바나나, 체리, 자두, 보쌈, 빵, 주스, 라면, 과자, 너겟, 아이스크림, 달걀, 자장면, 보이지 않게 만든 밥 정도이다.
수용언어와 표현언어가 또래에 비해 지연되었지만 천천히 성장하고 있을 뿐 아이는 멈추어있지 않다. 식습관도 마친가지로 이유식을 지나온 유아식부터 자기주장이 생기고 형제에 대해 모방을 하면서 먹지 않겠다는 것들이 많지만 기관을 다니기 시작한 올해 아이가 도전해 본 음식이 꽤나 많아서 놀라웠다.
한 번은 급식시간마다 먹어보라고 권유해 주시는 선생님의 말씀은 안 듣고 옆에 있던 친구가 맛있게 먹으며 제안하니 아이가 맛을 보았다며 선생님께서는 민망한 듯 피드백을 들려주셨다. 가정에서도 어미의 말은 그대로 흘려듣기가 되는지 먹히지 않고 언니와 오빠의 말만 쏙쏙 박히니 당황스러웠다.
집에서는 이래서 윗물이 중요한가 싶었지만 유치원 선생님의 피드백은 어떤 마음이셨을지 감히 짐작이 되기에 매번 바로 앞자리에서 지켜봐 주시는 선생님 그리고 함께 이것저것 제안해 주는 반 친구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