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번 해보았던 mbti 검사에서 isfj 유형이 나왔었다. 물론 나란 사람은 외향형과 내향형을 오간다고 생각하며 사람의 성격 유형을 겨우 몇 가지 범주 안에 넣어서 판단하려는 것조차 크게 동의되지 않았으므로 그 이후 깊게 파고들지는 않았다. 그저 이것도 유행인지 초등 어린이는 꽤 흥미롭게 살펴본 것만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누군가 어떠한 유형이라 하더라도 그 유형에 대해 굳이 찾아보거나 이해하려 애쓰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리즘에 의해 성격 유형에 대한 유머 영상이 자동으로 재생되어 보게 된 날 참으로 공감되고 웃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짧은 영상 속에 담긴 내용은 이러했다.
'용감한 수호자'로 불리는 isfj 유형의 사람은 수호자라는 의미답게 착하다는 말을 제법 듣고 살지만 본인은 의외로 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200% 사실이다.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고, 어려운 상황을 발견하면 돕는 것이 당연지사.
할 일은 해야 하는 것이고, 하루 세끼 식사를 하고 양치를 하는 것처럼 어떠한 행위가 착한 일에 포함된다고 느끼지 않는다. 평소 이 사람의 대외적인 활동을 보고 착하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그것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에 본래의 모습을 덜 드러내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잠시 바뀔 수도 있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4년째 다니는 미술학원에 학원비를 결제하면서 커피음료를 몇 잔 사다 드린 일이 있었다. 사실 이렇게 작은 마음을 전달한 적은 다섯 손가락에 들지 못할 정도로 드물다. 세 명의 아이가 다니고 있음에도, 막내 아이가 거의 1:1 과외 수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정해진 학원비만 꿋꿋하게 결제해 왔다.
이런데 이 날은 근처 카페가 몇 주년 기념으로 1+1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폭염의 날씨였다. 많은 선생님들의 인원수를 다 감당하지도 못할 아이스 아메리카노 4잔을 아이들이 수업하는 사이에 결제하면서 슬며시 내밀고는 돌아왔다.
미술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아들이 저녁 식사를 하며 갑자기 생각난 듯 '엄마가 착한 일했네?'라고 언급했다. 조용히 전달했던 음료 몇 잔은 아이들이 모를 거라고 생각했으나 어쩌다 알게 된 모양이었다. 뭐라 할 말이 없어 배시시 웃고 넘어갔다.
그날 저녁 우연히 아들의 휴대폰에는 통신사에서 감사의 의미로 네이버페이 1만 원 쿠폰을 보내주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며 둘이 손뼉을 마주치며 기뻐했다. 그리고 아들은 엄마가 한 일이 돌고 돌아서 본인에게 온 것 같다고 했다.
진짜 그런가 싶어 기분이 이상했다. 특별히 착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나도 아이와 함께 다니면서부터는 무단횡단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 이유는 모든 것을 아이들이 보고 배우기 때문인데 시간이 부족하거나 보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원칙을 어겨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함께 동행하지 않는 순간에도 나는 법규를 어기지 않고 스스로 맞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아왔다. 그것이 내가 아이들을 지키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우회전 신호가 들어오기 전에 우회전을 하지 않고 기다려야 아이들은 안전하게 횡단보도를 건널 수 있다.
작고 어린아이들이 급히 운전하는 차량에 휩쓸려 사고를 당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내가 규율을 지켜 다른 아이들이 안전해야 내 아이들도 돌고 돌아 안전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먼저 인사를 해야 아이들도 인사를 하고, 내가 먼저 선생님께 감사함을 가지면 아이들도 본인들이 담임선생님을 만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지구는 둥그니까 돌고 도는 것처럼 나에게 올 모든 행운이 아이들에게 오길 바랐던 적이 있다. 그러면 아무런 기쁨도 없을 것만 같았지만 행운을 머금고 온 아이들이 다시 나에게 행복을 주는 것을 경험했다. 오늘도 곁에 있는 모든 이에게 행운이 닿길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