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멀고도 가까운 국평

by 쥐방울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당시 그가 부동산카페나 집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유는 나의 한마디 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집이 있어야 결혼을 하지..."라는 식의 내용이 담긴 멘트였을텐데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인 우리에게 한두 푼이 아닌 집은 결혼보다 더 큰 산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온라인 카페에서 지역 내 부동산 사장님이 활발히 활동하시는 것을 눈여겨본 그는 나를 이끌고 직접 오프라인 부동산 사장님을 찾아뵈었다. 인근에 한국주택토지공사에서 막 분양한 공동주택이 있었는데 마침 미분양되어 물량이 남아있었다. 그날부터 우리는 매달 100만 원씩 둘이 10개월을 꼬박 모아 2천만 원 계약금을 마련했다.

2억짜리 아파트의 계약금 10%에 해당하는 2천만 원은 우리의 전 재산이었다. 나머지 중도금부터 잔금 모두는 은행의 손길을 빌렸다. 처음 만났던 부동산 사장님을 대동하여 LH에서 계약을 하고 몇 달 후에 바로 입주하게 되었다. 그 시기는 결혼식이 치러지기 한두 달 전이었다.

수중에 가진돈이 없는 20대 남녀는 신혼여행도 태교여행으로 많이 간다던 비교적 가까운 괌으로 선택했다. 가구도 침대, 옷장, 식탁, 책장 이렇게 딱 4가지만 집안에 들였다. 필수 가전인 냉장고와 세탁기, 전자레인지는 친척과 지인에게 선물 받았다. 나머지 소형가전도 친정집에서 나눠주시면 마다하지 않고 쓸어 담았다.

전용면적 59m2 방 3개 욕실 2개의 25평 공간은 조금만 목소리를 크게 내면 메아리가 치는가 싶을 정도로 정말 휑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집이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정말 기뻐했다. 그리고 둘만의 시간을 충분히 즐기기도 전에 태교여행의 성지 괌이라는 그곳에서 배속에 수정란과 함께 돌아왔었음을 알게 되었다.

방1은 부부침실, 방2는 드레스룸으로 사용 중인 우리에게 첫 아이가 태어나도 이미 방3이라는 빈 방 한 칸이 존재했으므로 자연스럽게 아이의 놀이방으로 활용했다. 딱 좋았다. 알맞게 들어맞는 그 기쁨은 얼마 못 가 또 다른 천사가 찾아왔고 20개월 후 둘째 아이의 탄생으로 4인가족이 완성되었다.

25평에서 4인가족, 이게 맞나? 싶은데 생각이 채 정리되기도 전에 마지막 천사가 문을 두드렸다. 천사들이 계획해서 우리 집에 찾아오나 싶을 만큼 또 20개월 터울로 셋째 아이가 태어났다. 결혼하고 눈을 몇 번 감았다 떴더니 5인 가족으로 순간이동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25평에서 5인가족 이건 아닌 거 같았다.


그렇게 폭풍 같던 시간들을 지나오던 동안 나도 가만히 생각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도심에서 비교적 떨어져 있던 변두리의 미분양 아파트는 근처에 편의점과 부동산만 있었지만 우리에겐 참으로 아름다운 신혼집이었다. 그런데 허허벌판에 아파트만 우뚝 솟아있던 택지개발지구의 주변 환경은 수많은 덤프트럭 통행이 한동안 이어지자 나날이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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