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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멋쟁이 소방관 Dec 22. 2023

[칼럼] 나는 조랑말을 타는 기수가 되고 싶다

승진에 관하여 1

특별한 달리기 경주가 열렸다.


100m를 가장 먼저 도착한 한 명에게는 한 지역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과 함께 왕관이 씌워진다. 하지만, 단서 조항이 있다. 지나온 100m 길은 다시는 갈 수 없다.

     

예선을 거쳐 총 5명이 본선에 참여했다. 호각 소리와 함께 경기는 시작됐고, A는 100m를 10초에 달려 1등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렇게 바라던 왕관을 쓰고 한 지역을 다스릴 수 있는 권한을 받게 됐다. 아쉽게 2, 3, 4등을 한 BC, 그리고 D는 1등을 한 A를 부러워했고 A는 세상을 다 가진냥 행복해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E는 뛰지 않고 걸어오고 있었다.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A를 향하고 있었지만 E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100m 길을 천천히 걸어올 뿐이었다. 길을 가다 네 잎 클로버를 줍고 즐거워하며 “곧 나에게 행운이 찾아오겠네”하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런데 이곳은 네 잎 클로버가 세 잎 클로보다 많은 특별한 곳이었다. 100m를 전력으로 달렸으면 절대 보지 못할 곳이다. 경기장에 응원 나온 사람들은 모두 1등을 한 A를 향해 환호했고, E의 행동에 대해 의아해했다. 하지만, E는 자신이 발견한 네 잎 클로버를 꺾어 응원 나온 사람에게 하나씩 전달해 주고 오히려 그들과 많은 대화를 하며 다시 못 갈 100m 길을 두 눈과 마음속에 담아낸 뒤 경기를 마쳤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사람인가?
아니면 주변을 바라보는 사람인가? 

승진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뛰어가는 사람은 주변을 바라보지 않고 뛰어가는 경주마 같다. 말은 눈이 옆쪽에 붙어 있어 시야가 넓지만, 넓은 시야는 경주를 하기에는 부적합해 눈가리개를 씌워 오직 앞만 보고 달리게 한다. 결국, 주변을 바라볼 수 없게 해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고 기수의 유려한 조련만으로 최종 목표에 무사히 안착하게 된다.


오직 승진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세운 사람은 평소에 하지 않았던 새로운 업무를 추진하며 자신의 추진 실적을 자랑하고 치장하기 바쁘다. 그 업무가 모두를 위한 일이었는지 아니면 본인을 위한 일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개인의 사적이익이 공익을 실현했다면 무죄겠지만, 개인의 이익으로만 끝나고 공적으로 조직을 더 망가트린다면 그건 유죄가 아닐까.


나는 조랑말을 타는 기수가 되고 싶다. 빨리 가지 않고 주변을 돌아보면 천천히...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주변에 묻고 답하며 그렇게 답을 찾아가고 싶다. 설령, 목표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시간은 유한하다. 

목표만을 향해 인생을 숙제하듯,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뛴다면 얼마나 불행한가?

 

나는 조랑말을 타는 기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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