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에 관하여 2
나가 놀아라~
코미디언 ‘배추머리 김병조'를 알고 있다면 나와 비슷한 세대이거나 그 이상 일 것이다.
온 가족이 뜨뜻한 아랫목에서 무거운 솜 이불을 덮고 김병조 씨의 감칠맛 나는 개그에 "ㅋㅋㅋ" 하고 웃었다. 아니 그 시절에는 "껄껄껄" 하고 웃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그러보니 웃음의 표현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 걸까? ㅎㅎㅎ)
코미디언으로만 알고 있던 김병조 씨가 내가 다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지도가 높은 것도 있었지만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 보니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었다. 결국, 광클을 통해서 겨우 수강신청을 마칠 수 있었다.
김병조 씨가 했던 강의는 명심보감이었다. 인문학적 성찰을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지만 한자를 한글로 번역(?) 하는 게 더 힘든 과정이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수업의 내용보단 중간중간 김병조 씨가 인생을 살면서 겪었던 이야기가 더 좋았다.
20여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잊히지 않은 이야기가 있다.
의아했다. 빨리 취직하고 장학금 받는 게 대학시절의 첫 번째 목표인데 말이다.
강의실 창문 사이로 흐트러지게 벚꽃이 날리고 있었다. 한 주 뒤 다시 찾은 강의실 창문에선 벚꽃은 없었다. 언제 핀지 모르게 왔다가 언제 피었냐며 사라진 벚꽃!
빨리 갔다고 꼭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가?
빨리 갔다고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
얼마 전 승진심사를 마치고 빠른 승진을 한 동기들을 부러워하는 후배들에게 나는 김병조 씨의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고개를 끄덕이지만 이런 이야기가 후배들에게 와닿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되니라. 지금의 나처럼...
아직 결승선까지는 많게는 30여 년 남은 후배들이 5Km 달리기에 주저앉을 필요는 없다.
시작이 빠르다고 결승선에 빨리 도착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봄에 피는 꽃만 있는 게 아니야.
꽃들도 피는 시기가 다 다르잖아.
아직 네 계절이 오지 안 왔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