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겐 자식은 모두 아이가 아닌가?
"네, 119입니다."
"우리 애기가 지금 아파갖고 죽을라 해요. 빨리 와주세요."
"어머니, 침착하시고요. 아이가 몇 살이에요? 어떻게 아픈가요?"
"몰라요. 몰라. 지금 열이 나는지... 온몸이 펄펄 끓어요. 언능오세요."
"알겠습니다. 응급처치 담당하는 소방관 바로 연결해 드릴 테니깐 전화 끊지 마세요."
119 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소방관들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신고를 받고 출동지령을 내리는 소방관, 그리고 응급처치와 병의원 안내 등에 대비한 구급상황관리 소방관이다.
119에 걸려온 신고전화의 대부분이 흥분된 상태로 전화를 하다 보니 전화를 받는 소방관들도 똑같이 흥분할 수 있지만, 만약 흥분했다면 아마추어. 흥분하지 않고 신고자의 흥분을 가라앉히며 정확한 내용을 파악했다면 베테랑이다.
아이가 열이 난다는 신고에 열성경련을 의심한 119 종합상황실에서는 구급상황관리 소방관에게 전화를 돌렸고, 곧장 열성경련에 대응하는 방법이 음성통화로 이뤄졌다. 물론, 현장에 구급대는 출동 중이었다.
"선생님, 전화기 옆에다 두시고 스피커폰으로 전화받으세요"
"네? 뭘 어쩌라고요?
"스피커폰이나 한뼘통화로 하면 목소리 크게 들리거든요. 핸드폰 화면 위에 버튼 누르시면 제가 지금 설명하는 거 두 손으로... 그래야 응급처치가 편해요."
"난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네요."
"그럼 전화 끊고 제가 영상통화를 할 거예요. 전화받으세요."
"네."
보통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젊기 때문에 스피커폰을 모를 일이 없는데 이번 상황은 달랐다. 결국, 역걸기(119에서 신고자에게 전화를 거는 것)를 통해 신고자와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신고자가 곧장 전화를 받자, 119 종합상황실 구급상황관리 소방관이 신고자에게 말했다.
"일단 옷을 벗기고 최대한 몸을 시원하게 해 주세요. 그리고 아이 한 번 영상으로 비춰주실래요?"
"네, 잠시만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누워있는 사람은 3~40대로 보이는 남성이 아닌가?
"아, 저기... 아이가 아니었네요. 아가가 아니라 어른인데, 맞나요?"
"네, 울 아들이요. 인자 마흔 됩니다."
다행히, 통화중 119 구급대가 현장에 빨리 도착해 전화통화는 종료됐다. 그리고 한 참 뒤, 고열이 발생했지만 생명에 지장을 줄 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는 내용을 출동 구급대에게 전달받았다.
하긴 마흔이든 쉰이든 엄마에겐 아들(딸)은 그저 아가일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광주소방 소속 B소방관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