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학대를 당했다.
겨우 버티는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보란듯이 또 시련이 왔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은 아이를 보고 만지고 느끼는 매 순간 마다 가슴 한켠을 아리게 한다.
티없이 맑은 아이의 웃음을 보며 이 아이는 천사가 분명할거라고, 나에게 온 천사일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고 한 번 더 웃으려 노력했다. 그러면 또 진짜 맘껏 웃는 날도 있었다. 지금보다 점점 나아지리란 실낱같지만 놓지 못하는 희망이 있었다. 그걸로 살았다.
속은 늘 시커먼 재로 가득했지만 '괜찮은 척'하며 살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이제 그 괜찮은 척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나에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것 같다.
그 어떤 희망도 보이지가 않고, 하루종일 눈물만 나온다. 아이의 장애 판정 때 더이상 이렇게까지 울 날은 없을거라 여겼는데, 그것보다 몇천배, 수만배 아픈 눈물이 하루종일 멈추지 않고 흐른다. 내 몸속의 모든 수분이 눈물로 나오고 있는 것 같다. 눈을 뺀 나머지 나의 몸 구석구석은 퍼석이다 못해 바스라질듯 메말라가고 있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학대를 당했다.
어린이집 바깥놀이 시간에 우연히 아이 아빠가 학대를 당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고 촬영했다.
끔찍했다. 넘어진 아이를 발로 밀고, 툭툭 차고... 귀 바로 옆에서 웍! 웍! 소리를 질러대는 그 모습이.. 악마 같았다. 아니 악마겠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멍하고 무력하게 앉아있는 아이의 모습에 억장이 무너졌다.
그 모습만으로 아이의 어린이집 생활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다.
말 못하고 느려도 그렇게 손이 많이 가거나 말썽을 피우는 아이도 아닌데.. 웃는게 얼마나 예쁜 아이인데.. 그 아이에게 인간이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우리 딸.... 얼마나 힘들었을까.
엄마가 너무... 너무 미안해. 정말정말 미안해.
얼마전 어린이집 앞에서 난생 처음 가기 싫은 듯 우는 아이를 억지로 밀어 보냈는데.. 그때 이상한 걸 알았어야 했는데.. 아니 처음부터 보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돈이고 직장이고 뭐고 그런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나는 저렇게 작고 예쁜 우리 딸을 그곳에 보냈을까.
그 영상만으로도 경찰에 아동 학대로 신고가 가능했고, 경찰에서 어린이집 CCTV를 확보한다고 했다. 앞으로 나에게 닥쳐 올 일들이 너무나 두렵다. 아이를 얼마나 괴롭혔을까.. 죽을 때 까지 이 고통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다.
아이는 아무 것도 모르는 듯 새근새근 낮잠을 자고 있다. 뽀얗고 보드라운 그 얼굴이 나를 더 슬프게 한다.
직장에는 병가를 썼고, 위가 너무 조이듯이 아파 아침엔 병원엘 갔다왔다. 어제부터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입맛이 없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 걸 보니 정신과 진료도 봐야할 것 같다.
내일은 첫째 유치원 발표회 날이다. 공연보며 내내 울고 있으면 안되는데. 엄마도 같이 가신다고 했는데. 빨리 정신을 다잡아야 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온갖 증오와 미움과 고통의 단어들을 다 가지고 와도, 온갖 슬픔과 우울과 상처의 단어들을 다 가지고 와도 나의 지금 상태를 제대로 표현할 길이 없다.
그나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이 행위 자체로 조그만 숨을 내뱉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