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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후)

by 소똥구리

그때 소원이 생각나지 않아 일기장을 들춰보았다.

첫째, "딸과 많이 놀고 많은 시간 함께 하기"

둘째, "매일 전공 분야 글을 써서 책 내기"

셋째, "매일 아침 글을 쓰고 작가 되기“


세 가지 소원이 이루어졌을까?


딸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직장 때문에 주말에만 함께 했지만 주말에는 다른 약속을 하지 않았다.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에는 호수공원, 오후에는 정발산을 한 바퀴 돈다. 봄가을에 특히 아름답지만 사철 언제라도 즐거운 산책이다. 이 시간은 지금도 여전하다.


내 전공(산업안전보건)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공자도 호기심을 갖기 어려운 외딴 분야이다. 심리학이나 역사는 모두가 관심을 갖고 좋아하지만 우리 분야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분야이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는 흥미로운 전공 관련 글을 써보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할 때 <3분 고전>을 읽었다. 고전이라면 삶의 지혜를 주는 책이다. 그런데 고전이라고 하면 대부분 인생이나 도덕 같은 부분으로 넓게만 생각한다.


문득 안전보건도 삶의 한 부분인데 고전의 내용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때부터 고전과 연계하여 안전보건을 생각해 보는 글을 썼다. 그렇게 쓴 글을 모아 POD로 <고전에서 배우는 안전보건>이라는 책을 한 권 내었으니 두 번째 소원도 이루어진 셈이다.


아침 글쓰기는 내 삶의 가장 의미 있는 루틴이다. 주중 한 시간 정도 일찍 사무실 앞 카페에 나갔다. 따듯한 커피 한 잔 마시며 고요함 속에서 글을 쓰면 그 자체로 행복했다.


글을 쓰는 것은 혼자 꾸준히 하면 되는 일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일반적으로 작가라 하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해야 하지만 내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평범한 삶을 살아가며 글 쓰는 이에게 딱 맞는 플랫폼이었다. 가슴 두근거리며 작가 신청을 하였다. 작가 승인은 받았을 땐 신춘문예 수상만큼 기뻤다. 나로서는 최선의, 최고의 성과였다. 브런치 작가가 되었으니 세 번째 꿈도 이루어진 셈이다.


소원은 꿈꾸는 일이다. 꿈을 꾸는 것은 젊고 생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반대로 꿈을 꾸면 젊고 생기가 솟는다. 가을이 깊어간다. 지금 나의 소원은 무엇일까?(17.3.22, 25.11.10)





소망ⓒ소똥구리(2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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