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언제나 도전
깊고 깊은 산속, 조용히 굽이쳐 흐르는 강가, 너른 백사장에 하얀 쇠제비갈매기 수백 마리가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알을 품고 있다. 이들은 작고 약하다. 날카로운 발톱도 매서운 부리도 없다.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에도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천적이 있다. 바로 강가 높은 나무 위에 앉아 날카로운 눈을 부라리고 있는 매다. 매는 덩치도 훨씬 크고 억센 발톱과 날 선 부리로 갓 부화한 새끼 쇠제비갈매기를 노린다.
본래 쇠제비갈매기는 온화하고 얌전한 조류이다. 평소라면 맹금류를 보면 도망치기 바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들에게는 지켜야 할 소중한 생명이 있다. 둥지에는 아직 솜털 투성이 새끼들이 있는 것이다. 이때 이들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해진다.
쇠제비갈매기들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매를 향해 내리 꽂히듯 날아간다. 매에게 거의 닿을 무렵, 한 두어 뼘 위치에서 급회전하여 다시 하늘로 치솟는다. 하늘 위 최상위 포식자인 매조차 놀라 움찔한다. 그렇게 수십 마리의 작은 쇠제비갈매기들이 차례로 매를 향해 위협 비행을 감행한다. 결국 매는 사냥을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글쓰기는 언제나 도전이었다. 토익처럼 점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한국사 시험처럼 급수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를 측정할 수가 없다. 더 두려운 것은 이들 시험처럼 더 공부한다고 글 쓰는 실력이 과연 늘까 싶은 것이다. 영어나 역사는 더 공부하면 되겠지만 글쓰기는 타고난 재능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꺼내 저자들의 이력을 살펴본다. 하나같이 타고난 천재들이다. 소년 등단한 전업 작가가 아니더라도 소싯적에 백일장을 휩쓸고 다니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비록 의사이고 변호사이고 교수이지만 본래 타고난 문학적 재능은 차고 넘치는 사람임을 은근히 자랑한다.
어려서 그 흔한 백일장 상장 하나 받은 적 없는 내가 글을 쓴다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게 브런치스토리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브런치스토리는 작가 신청을 해서 승인을 받아야 글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수년간 글을 써 왔지만 남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니 글은 항상 미완의 초고 상태였다. 글도 마무리하고 독자들의 평도 듣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큰맘 먹고 작가 신청을 하였다. 글 세 편을 보내고 불안하였다. 고민은, 떨어지는 건 분명할 텐데, 몇 번이나 더 도전해야 할까였다. 한번 떨어진다고 바로 포기할 수는 없고, 딱 열 번만 도전해 보자 마음먹었다. 열 번을 찍어도 넘어가지 않는 나무라면 내 나무가 아닌 것으로 생각하기로 하였다.
다행히 작가 승인을 받았고 별일 없으면 일요일에 한두 편씩 글을 올리고 있다.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낯선 작업이지만 한줄한줄 써 내려감은 행복한 일이다. 몇 번을 고쳐서 마침내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면 한주가 잘 마무리된 듯 홀가분하고 뿌듯한 기분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신청은 쇠재비갈매기가 매에게 날아들 듯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었다. 꿩처럼 제 머리만 감춘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팔 걷어붙이고 직접 대면하여 부딪힐 때 밥이 되든 죽이 되든 결판이 나는 것이다. (16.2.18, 24.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