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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똥구리 Mar 30. 2024

이소룡의 발차기

 “아뵤오~ 아뵷!” 


  괴상한 기합 소리를 내며 쌍절곤을 휘두르는 이소룡은 무술가이자 배우이며 사상가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천재들이 그러하듯 이소룡도 타고난 천재인 듯하나, 그는 요즘 사람들이 제일 싫어하는 ‘노오력’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그는 "1만 가지 발차기를 할 줄 아는 사람은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이는 한 가지 발차기를 1만 번 연습한 사람이다."라고 하였다.


  언젠가 축구 경기를 보며 생각했다. 왜 골을 못 넣을까? 내가 축구 선수라면 매일 슛 연습을 해서 차면 쏙쏙 넣을 텐데 싶었다. 매일 축구를 할 텐데 왜 못 넣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는 밖에서 보는 모습이다. 밖에서 보면 뭐든지 쉽다. 축구의 슛도 편안하게 혼자서 하는 게 아니다. 수천수만 관중의 엄청난 압박 속에서 수비수가 방해를 하고 골키퍼가 골문을 지킨다. 


  이소룡의 진리는 그 안에 있다. 수비수와 골키퍼가 방해를 하여도, 같은 재능이라면, 천 번 연습한 선수보다는 만 번 연습한 선수가 극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반인인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 축구는 슛, 야구는 스윙, 유도는 업어치기를 1만 번 연습하면 될 것 같다. 스포츠는 정해진 기술과 규칙이 있어 일견 쉽고 단순해 보인다. 게다가 스포츠는 정교한 코칭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전담 코치가 있어 선수 하나하나를 관찰하고 가르치고 반복 훈련시킨다. 직장인은 그렇지 못하다. 그런 체계도, 그런 기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언가 특정해서 반복 숙달할 것을 정한다면 그것은 내 바램과 연계되어야 한다.     


  내 바램은 무엇이냐? 사무실에서 워드를 제일 빨리 치는 것일까? 엑셀을 가장 잘하는 것일까? 일단 직장인으로서의 노력은 별개로 치자. 직장에서도 잘하고 싶지만 지금은 일반인으로서 바램을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내 바램은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려면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 해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소룡은 한 가지 발차기를 1만 번 연습하라고 하였다. 그렇다면 1만 장의 새로운 글을 쓰는 것보다 같은 글을 1만 번 반복해서 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말일까? 


  ‘글쓰기’는 ‘글씨 쓰기’와는 다르다. 글씨 쓰기라면 같은 글자를 1만 번 쓰는 게 효과적이겠지만 글쓰기는 계속해서 새로운 글을 써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소룡은 끈기와 집중을 말하는 것이다. 


  매주 한두 편의 글을 브런치스토리에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어떤 때는 집안일이 있기도 하고 어떤 때는 “몇 명 읽지도 않는데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어 귀찮아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런 핑계를 이겨내고 매주 글을 쓰고 글을 올려야 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한 1만 번의 발차기는 1만 쪽의 글을 쓰는 것이다. 결국 나의 발차기는 ‘쓰기’인 셈이다. (16.4.15, 24.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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