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의 봄날 아침, 오피스텔에서 일어나 커피를 마시다 탁자 위 달력을 보았다.
환한 벚꽃이 폭죽처럼 만발한 풍경이 감탄스럽다.
문득 날짜는 어디 있나 보았더니 한 귀퉁이에 동전만 하게 겨우 자리 잡고 있다.
사무실 달력이 생각났다.
사무실 달력도 한 면은 각 월에 맞는 멋진 풍경이고 다른 한 면은 네모 칸에 날짜만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사무실 달력의 풍경은 잊힌 지 오래다.
일월부터 줄곧 날짜만이 전면을 차지하고 있다.
일상도 탁상 달력처럼 양면이 있지 않을까?
한 면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작은 숫자처럼 단순하고 지루하게 살고 있지만,
다른 한 면에는 계절마다의 풍경처럼 아름답고 서정적인 마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어느 면을 전면에 펼쳐 둘 것인가이다.
그림과 숫자가 적당히 반씩 있으면 좋으련만 때때로 세상은 전무 아니면 전부를 요구한다.
지금은 숫자가 필요한 시기이다. 지금은 날짜 면만 바라보며 살고 있다.
언젠가는 풍경에 취해 숫자를 잊고 싶다.(2016년 4월 12일)
ps. 2024년 4월 6일 토요일 아침, 숫자 말고 풍경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조용한 아침 홀로 동네 무인 카페를 찾았다.
커피는 향기롭고 창밖으로 벚꽃과 목련은 눈부시다.
ⓒphotograph by Soon ('24.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