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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by 소똥구리

4월 5일 식목일, 직원들과 지청 뜰에 나무도 심고 퇴비도 주고 잡초도 뽑았다.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양지청장님은 열심이었다.

지청 남쪽 오른쪽 화단에 작은 라일락 한그루를 심으며 양지청장님은 말했다.


“언제 이곳에 또 오겠어요. 나중에 혹시 지나게 되면 이 라일락이 잘 자란 모습을 보고 싶네요.”

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군산은 고향도 아니고 생활 근거지도 아니었다.

양지청장님에 비해 젊으니 한 번쯤 더 올 수도 있고 여행 삼아 언제든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가 일 년, 이 년 후가 아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임은 느끼고 있었다.


그것이 사월, 그 좋은 봄날을 조금은 쓸쓸하게 하였다.


십 년쯤 지나면 군산을 다시 찾을 듯도 하다.

그때 이 라일락을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도 여전히 향기로운 모습으로 남아 주길 바라며 물을 주었다.

(17.4.6)



PS. 군산을 떠난 지 십 년이 넘었다.

아직 군산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

다음 인사에는 이왕이면 군산으로 발령이 났으면 싶다.

라일락이 보고 싶다.(25.8.9)






사진_내곡리라일락ⓒSoon(23.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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