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촌일기]
아침 출근길, 숲 그늘로 자전거를 타고 간다. 숲길, 나무그늘 아래로만 전철역까지 닿을 수 있는 게 일산 사는 큰 기쁨이다.
국민학교 시절, 학교 가는 길에는 나무 한그루 없었다. 논밭에 그늘이 지니 가로수를 심지 않은 것이다. 양산도 없이 한여름 뙤약볕에 시커멓게 타들어가며 학교에 다녔다.
그때에 비하면 나무 그늘 길은 소풍 가는 길이나 다름없다.
그 길가 높은 아파트 아래에 작은 집이 있다.
빨간 지붕, 넓은 창문을 가진 빨간 벽돌로 지은 조그만 경비실이다.
그 경비실이 탐이나 자꾸만 눈길이 간다.
내곡리 언덕에 그런 작고 예쁜 경비실 같은 오두막을 짓고 싶다.
빨간 지붕에 넓은 창만 있으면 된다.
그 속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글을 쓰고 음악을 듣고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그날을 기다리며 경비실을 스쳐간다. (25.6.17)
사진_나무아래경비실ⓒ소똥구리(25.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