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K-팝 데몬헌터스를 보고

내가 울었다

by 소똥구리

딸아이와 <K-팝 데몬헌터스>를 보다가 내가 울었다.


노래도 좋고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서울 풍경도 보기 좋았다. 만화영화지만, 성인이지만, 보다가 눈물이 나왔다.


사무실 동료들에게,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였다. 며칠 후, 직원들과 한담을 나누는데 그들도 <K-팝 데몬헌터스>를 보았다고 하였다.


그들의 반응이 궁금하였다. 아무 의심 없이 그들도 같은 감동을 느꼈다고, 같은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고 생각했다.


두 명은 보다가 잠들었다 하였고 세 명은 눈물이 어디서 나더냐고 의아해하였다. 친구들도 비슷했다. 감명을 받았거나 눈물을 흘린 친구는 없었다.


해외 팬들이 가장 감동하고 예측 못한 장면이 진우가 소멸하는 씬이라고 한다. 대부분 해피엔딩을 예상하는데 진우가 루미를 위하여 희생하는 것이 디즈니적이지 않은 한국적 서사라 하였다.


유튜브를 보면 많은 미국 관객들이 이 장면에서 "노우~", "진우~", 심지어 "안돼~"를 외친다.


나 역시 바로 이 장면에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이유는 달랐다.


진우가 루미를 위해 희생하는 순애보에 감동한 것이 아니었다. 진우가 소멸한 것은 그의 선택이었다. 죽음은 그가 선택한 것이다. 어쩌면 그는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소멸을 택한 것은 가족을 버렸다는 지독한 후회에 대한 참회로 여겨졌다. 바로 그 이유로 눈물이 흘렀다.


모두가 가족을 위해 애쓰며 산다.


그럼에도 가끔씩 짜증 내고 어쩌다 실수하고 때때로 나태해지지 않는 사람 어디 있을까.


진우가 가족을 버린 것은 그런 성마름, 불성실, 무책임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인간이다. 마냥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이 세상에 가족이 없다면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이 남을까?


가족을 지키지 못한 것보다 더 큰 후회는 없을 것이다. 진우는 가족을 지키지 못한 자책에 스스로 소멸을 택한 것이다.


진우는 데몬이 아니라 그저 보통의 가장이 아니었을까?


진우의 아픔과 후회에 눈물이 흘렀다. (25.7.13, 25.9.13)





사진_가을초입ⓒ소똥구리(25.9.13)

keyword
작가의 이전글대곡역 맹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