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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 하루는 맑음 Apr 02. 2024

내가 욕심이 없는 이유는 '이것'때문이다.

벗어나기 30

나는 항상 궁금했다.

왜 갖고 싶은 게 없고, 하고 싶은 게 없고, 내일 죽어도 큰 상관이 없을까에 대해서

그렇다고 내 지금 인생이 우울하거나 빛에 허덕이거나 이런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요즘은 너무 사소한 것에 행복했다.

벚꽃을 보러 가서 좋았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떠니 행복했다.


사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내가

결혼을 하고 싶지도, 돈을 벌고 싶지도, 무슨 일을 해내고 싶은 욕심은 항상 없었다.

왜 그럴까?


그 질문의 해답이 아침에 꿈을 어렵게 꾸고는 깨달았다.


나는 살면서 가져본 게 없어서 가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었다.

좋은 물건을, 화목한 가정을, 집안의 경제적인 여유를, 나만의 안락한 공간을

가져본 적이 없다.


부모님은 매번 싸워 집안은 매번 차가운 지하철바닥 같았고,

기초생활자였고,

이혼 후 아빠는 점차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술 마시고 오면 우리를 찾아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지만 폭언을 일삼았고,

우리에게 4시간이고 5시간이고 본인의 인생에 대해 하소연을 했다.


고등학교 제일 이쁜 나이인 그때 내 소원은 단 하나였다.

아무도 나를 건들지 않고 누울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였다.


그래서 난 성인이 된 후 집에서 잠은 잤지만

작은 고시원 하나 구해 낮에는 거기서 지냈다.

그때 그 행복은 잊을 수 없다.


누구는 고시원이 인생 나락을 가야 가는 곳이었지만,

나에겐 집에서 벗어날 유일한 대피처이지 안식처였다.

그때만큼은 숨통이 트였다.


지금의 나는 언니와 자취를 하며 나만의 공간에서 아무 간섭 없이 지낸다.

술 취한 발걸음 소리에 몸을 움츠리지도, 자는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가 집에 들어온 소리, 나가는 소리를 내서 괜한 연설을 듣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몰래 신발을 손에 들고나가지 않아도 된다.

지금 상황에 너무 만족한다.


결혼을 하지도, 집이 없어도, 돈이 없어도 아무 상관없다.

내 누울 곳 안락란 공간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큰 행복이다.


나는 내가 마냥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는 가진 적도 없었기에 욕심이 없는 것이었고, 내가 진정 원했던 안락한 공간이 생겼기에 다른 것에 관심이 없는 것이었다.

이유를 깨닫고 보니 참 안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참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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