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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19. 2022

퇴직 한 달만에 첫 서울 나들이

겸재 정선 미술관 미술 전시회를 다녀왔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겸재 정선 미술관

8월 말에 퇴직하고 9월 마지막 날에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를 다녀왔다. 처음 교장 발령을 받았을 때 같은 지구에 함께 근무하던 아홉 명의 교장선생님 모임이다. 처음에는 남자 다섯과 여자 다섯이어서 모임 이름도 5대 5였는데 안타깝게 작년에 남자 교장선생님 한 분이 하늘나라에 가셔서 5대 4가 되었다.


최근에 서울은 여자 교장선생님들이 많아서 지구마다 남자 교장선생님이 많지 않았는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5대 5가 되었었다. 일곱 분은 이미 퇴직을 하셨고 이번에 내가 퇴직하는 바람에 가장 어린 막내 한 명만 현직에 남게 되었다. 막내가 몇 년째 총무 일을 맡아하며 수고가 너무 많다.     


코로나 때문에 2년 정도 만나지 못하다가 4월에 한번 뵙고 오늘 두 번째 만남이다. 오늘은 막내 총무가 미술 전시회를 한다고 해서 전시회 마지막 날에 작품 감상도 하고 얼굴도 보고 밥도 먹자고 해서 만나게 되었다.


퇴직하고 한 달만에 처음으로 서울 나들이를 하게 되었다. 정말 오랜만에 서울에 간다고 생각하니 어제부터 마음이 설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거의 매일 출근하던 곳인데 이제는 서울이 일이 있어야 가는 곳이 되었다.


약속 시간 전에 볼 일이 있어서 지하철을 타고 조금 일찍 나갔다. 물론 오랜만의 만남이라 옷도 예쁘게 차려입고 화장도 살짝 하였다. 지하철에서 브런치 글을 읽으며 가다 보니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너무 빨리 도착한 느낌이다. 계획한 일을 마치고 네이버 지도 검색을 하여 지하철과 버스로 겸재 정선 미술관에 도착하였다. 전시회는 1층에서 오늘까지라고 했다.     


전시장은 너무 예쁘고 세련되게 세팅되어 있어서 입구에서 전체를 한눈에 바라보아도 감동이 느껴졌다. 작가님 몇 분은 아시는 분이라 작품을 보며 꼭 작가님을 직접 만난 듯 반가웠다. 오랜 시간 작품 활동을 하신 분들이라 작품의 수준이 높았다. 스위스 알프스산을 촬영한 사진 작품이 너무 멋지다. 사진을 보며 마치 내가 알프스산 앞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요즘 우리나라 가을 하늘만큼이나 푸른 알프스의 하늘과 희뿌연 설산이 너무 대조적이지만 너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총무님 작품/전시회 포스터


오늘의 주인공 총무님의 작품 앞에 멈춰 섰다. 처음에는 무엇을 표현하였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잠시 후에 바로 알아맞혔다. 골프를 좋아하는 후배라 노끈과 마아블링을 이용하여 골프 라운딩 모습을 표현하였다. 요즘 그림은 평범한 수채화나 유화만으로 작품을 완성하기보다는 다양한 재료로 그리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이번 미술 전시회 주제가 '일상으로의 여행 전'이라서 직장 생활 외에 가장 행복하게 하는 골프를 주제로 삼았다고 한다. 한 분은 광목천을 이용하여 작품을 만드셨는데 너무 세련되고 여백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었다.


퇴직하신 작가님들은 취미생활로 할 수 있지만 현직에 있는 후배가 멋진 작품을 제작한 걸 보고 우린 대단하다며 칭찬을 많이 해 주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감상하니 작품 하나하나가 더 귀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다양한 미술작품을 감상하며 눈이 행복했다. 방명록에 축하 인사를 남기고 저녁 식사 자리로 이동하였다.     


오늘 식사는 오리이다. 능이 오리 백숙과 오리 주물럭을 시켰다. 급하게 서울 나가느라고 점심 먹을 시간을 놓쳐서 점심을 굶었더니 배에서 난리가 났다. 매콤한 오리 주물럭은 주물럭대로, 깊은 맛이 나는 오리 백숙은 오리 백숙대로 너무 맛있었다. 다 먹은 후에 백숙에는 녹두죽을, 오리 주물럭에는 볶음밥을 해서 먹었다. 배가 고프던 차에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     


한 분은 코로나에 감염되어 참석하지 못하셨다. 요즈음 늘 있는 일이라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여덟 명이 맛있게 식사를 하고 카페로 자리를 옮겨 그동안 지낸 이야기, 연금 이야기, 은퇴 후에 시작한 일 등을 나누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퇴직 선배님들을 만나면 늘 배우는 것이 많다. 내일 배움 카드 활용하는 것도 배우고 인생철학도 들을 수 있었다. 은퇴 후 무료하지 않게 잘 보내는 Tip, 여행 이야기, 손주 육아에 대한 이야기, 봉사활동 이야기 등 에피소드가 너무 많으시다.


고정적으로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일하시는 분은 안 계셨고 사진 동호회에 가입해서 주기적으로 사진 촬영을 위해 출사를 나가시는 분이 계셨다. 참, 한분은 공인중개사를 짝꿍과 하시는데 요즘 거래절벽이라 접을까 고민 중이라고 하셨다.


특별한 일을 하시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 행복하게 지내시는 것은 확실했다. 물론 나도 아직까진 너무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 이 행복이 오래가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공통 생각은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었다.

그래 건강이 최고지.     


오랜만의 서울 나들이로 반가운 분들도 만나고 눈 호강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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