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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Dec 15. 2023

12월의 선물, 캐릭터 뮤지컬과 마술 공연


우리 반에는 단골 지각생이 두 명 있다. 9시에 수업이 시작되는데 꼭 9시 5분, 늦으면 9시 10분에 등교한다. 늦게 오는 것도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5분만 일찍 오라고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이번 주에 학교에서 좋은 행사가 있었다. 명작 캐릭터 뮤지컬과 마술 공연이다. 전교생이 적다 보니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모여도 여덟 학급밖에 안 된다. 소규모 학교의 장점이다. 학급당 두 줄씩 앉아서 감상하였다.


뮤지컬 공연이 9시 정각에 시작되기에 8시 50분까지 등교하라고 전날 안내했다. 지각대장 두 명이 걱정되었는데 다행히 당일에는 시간 맞추어 등교했다. 우리 반 21명을 인솔해서 강당으로 올라갔다. 벌써 도착한 학급은 줄 맞추어 앉아있었다.


공연은 9시 정각에 시작되었다. 팡파르와 동시에 사회자가 나와서 공연 관람할 때의 주의 사항을 이야기해 주었다. 무대가 화려해서 시작부터 기대가 되었다.


늘 공연은 명작 캐릭터 뮤지컬 피노키오다. 피노키오는 다 아는 동화지만, 조금 다르게 각색해서 더 흥미로웠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던 제페토 할아버지는 나무인형을 만들어 ‘피노키오’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천사의 도움으로 피노키오는 살아 움직이게 되었지만, 착한 아이로 자라 주길 바라는 마음과는 달리, 말썽을 피우며 할아버지의 속을 애타게 합니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마음은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을 잡아가는 서커스단이 마을에 나타나고, 피노키오와 램프윅을 잡아가 당나귀로 만들어 버립니다. 바다 건너 비밀의 섬으로 끌려간 피노키오와 램프윅은 과연 탈출에 성공하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저학년이라 뮤지컬에 집중하며 즐겁게 관람하였다. 어른인 나도 배우들의 연기에 빠졌다. 공연에서는 피노키오가 학교에 다닌다. 코가 길어지는 장면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역시 마지막에 피노키오가 사람으로 변신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두 번째 마술 공연 때는 5, 6학년 네 반이 합세하였다. 그래도 강당에 다 앉을 수 있었다. 마술 공연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카드 마술쇼는 다 아는 거지만 볼 때마다 흥미롭다. 풍선 마술 공연은 풍선이 하나, 둘, 셋 늘어날 때마다 신기했다. 풍선을 불어서 레이저 봉으로 찔렀을 때는 모두 숨소리조차 죽였다. 풍선이 터지지 않자 모두 신기해서 환호성이다. 우리 반 남학생들은 이 마술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다음은 탈출 마술로 일반인이 참여하는 마술이었다. 선생님 한 분이 무대에 올라가서 마술사를 밧줄로 묶어서 상자에 가두었다. 꽁꽁 묶었지만 탈출하여 재킷을 입고 탈출하는 마술이 하이라이트였다. 가까이서 보면서도 트릭을 찾을 수 없었다. 역시 마술은 언제 보아도 참 대단하다. 마지막에 그림자 마술과 벌룬쇼 마술로 막을 내렸다.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학생들도 아쉬워하였다.


이번 공연은 극단 '씨앗'에서 해주었다. 우리 학교에는 특수학급이 두 학급 있다. 학급 단위로 장애이해교육을 실시하지만, 이번에도 장애이해교육을 위한 행사였다. 마술사 중 한 분이 의족을 하고 있었다. 지팡이를 집고 걷는데도 불편해 보였다. 그래도 마술사로 공연을 멋있게 하셔서 응원의 박수를 보내드렸다.


공연을 보고 교실에 와서 글쓰기 공책에 소감문을 썼다. 여학생들은 뮤지컬도 재미있었다고 했는데 남학생들은 뮤지컬보다는 마술 공연이 훨씬 재미있었다고 했다. 학교에서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연말에 학생들에게 좋은 선물을 준 것 같다. 공연장에 가서 뮤지컬을 관람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학교로 찾아와서 공연을 해 주니 참 감사하다. 이렇게 학년 말에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 겨울방학식이 한 달 정도 남아있다.


우리 학교는 1월 10일에 종업식과 졸업식을 하고 2월 말까지 방학이다. 조금 지루한 기간에 좋은 공연은 단비와 같다. 다음 주에 공연이 하나 더 남아있어서 기대가 된다. 영상으로만 본 샌드아트 공연이다.


오늘도 특별한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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