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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12. 2024

이 건망증을 어떡해야 하나•••

지난주 현충일을 끼고 고향에 다녀왔다. 가는 길에 이종사촌 동생이 운영하는 펜션 캠핑장을 방문했다. 캠핑장은 도시와 많이 떨어진 깊은 산속에 있었다. 옆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주변이 온통 산이었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져서 캠핑장 주변을 돌았는데 주변에 쑥이 참 많았다. 쑥을 뜯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전에 강화도 지인 전원주택에 놀러 갔다가 다 같이 쑥을 뜯어 왔었다. 강화도 쑥은 약쑥으로 정말 귀한 쑥이다. 함께 간 동생이 텃밭 주변에 있는 쑥을 보더니 쑥개떡 해 먹으면 좋겠다고 해서 같이 간 다섯 명이 쑥을 뜯었다. 뜯어 온 쑥은 소금을 넣고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쑥향이 제법 많이 났다.


강화도 약쑥

지난달에 교회 권사님 두 분을 집으로 초대해서 다과를 대접했었는데 그때 오신 분이 쑥개떡을 만들어 가지고 오셨다. 나는 쑥개떡을 좋아해서 바로 먹어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어떻게 만드는지 여쭈어보았더니 우리 동네 떡집에 가져가면 쌀과 쑥을 함께 갈아서 반죽도 해 준다고 하셨다. 집에서 동그랗게 만들어서 찌기만 하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쉬운가, 좋은 정보를 얻었다.


냉동실에 넣어둔 쑥으로 시간 될 때 쑥개떡을 만들어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쑥개떡 만들어 먹을 생각에 여행 온 캠핑장 주변에 있는 쑥이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 사촌 동생에게 말하였더니 앞산 등산로에도 쑥이 많으니 함께 쑥 캐러 가자고 했다.


평창 캠핑장에서 뜯은 쑥

커다란 봉지를 하나씩 들고 등산로를 따라가며 쑥을 뜯었다. 공해도 없는 청정구역이라 정말 깨끗한 쑥이다. 앞산에서 쑥을 뜯고 내려와서 캠핑장 주변에 있는 쑥도 뜯었다. 쑥이 많이 자라서 가장 연한 위쪽 분만 뜯었다. 꽤 많은 양이었다.


점심을 먹고 큰 냄비에 쑥을 삶아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쑥이 꽤 많아서 지난번에 강화도에서 뜯은 쑥과 합쳐서 쑥절편을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6월에 내 생일이 있어서 자식들이 다 모일 예정이라 떡집에 가서 절편을 만들어서 갈 때 싸주어야겠다고 생각하니 쑥 뜯은 보람이 느껴졌다.

 

오후에 고향 집에 올 때 냉동실에 넣어둔 쑥을 잘 챙겼다. 동생이 고비 삶은 것도 두 봉지나 주어서 함께 가지고 가서 친정집 냉동실에 잘 넣어두었다. 서울 갈 때 잘 챙겨가야지 생각했다.


릉에서 이틀을 묵었다. 올라오기 전에 당분간 비워둘 집이라서 정리를 잘해야 했다. 설거지도 꼼꼼하게 하고 사용한 수건도 손빨래를 해서 널어두었다. 내려간 김에 구석구석 청소도 하였다. 아침에 농사짓는 동생이 넣어둔 찰옥수수도 삶아서 올라가면서 먹으려고 챙겼다.


비가 와서 남편이 빨리 올라가자며 서둘렀다. 비가 오니 길 막히기 전에 빨리 올라가자고 했다. 나는 경포 바다에 가서 바다도 보고 카페에서 커피도 마시고 점심때 올라가면 좋을 텐데 하고 투덜댔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남편은 다음에 또 오면 된다고 했다. 벌써 짐을 다 챙겨서 문 앞에 내다 놓았다.


아무 생각 없이 우산을 챙겨 대문을 잠그고 나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출발하여 차는 어느새 대관령을 넘었다. 그때야 순간적으로 쑥을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이 생각났다. 아침에 냉동실에서 찰옥수수 꺼내며 갈 때 쑥을 꼭 챙겨야지 생각했는데 깜빡 잊어버렸다.


시 돌아갈 수도 없어서 속상했지만 다음에 내려와서 챙길 수밖에 없다. 큰일이다 건망증이 심해서...... 사실 떠나기 전에 브런치스토리 글을 읽느라고 깜빡한 것 같기도 하다. 남편이 그렇게 말했는데 그 당시는 부인했으나 금 생각하면 그런 것도 같다. 한 군데에 집중하면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 생일날 만들어 아들네 나눠주려던 쑥절편은 다음을 기약해야겠다.


아무래도 쑥 가지러 머지않아 강릉에 한 번 더 다녀와야겠다. 쑥 덕분에 고향에 다시 가게 생겼으니 건망증이 그리 나쁘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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