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에는 토요일 오전에 쌍둥이 손자가 왔다. 집에 오자마자 둘째 손자가 산책을 가자고 졸랐다. 둘째는 민들레꽃을 좋아해서 산책하며 민들레꽃을 찾기 위해서다.점심 먹고 가자고 달래서 우선 점심을 먹였다.
공원에 갈까 하다가 함께 도서관에 가면 좋을 것 같았다. 도서관은 집에서 10분 거리지만, 쌍둥이를 데리고 걸어서 다녀오는 것은 힘들 것 같아서 아들에게 데려다주면 올 때는 걸어오겠다고 했다. 마침 희망 도서로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를 어제 받아서 대출한 책도 반납할 겸해서 갔다.
쌍둥이 손자는 여섯 살인데 예전에는 우리 집에 오면 책을 꺼내와서 읽어 달라고 했었다. 쌍둥이 아빠가 어릴 때 책벌레였기 때문에 쌍둥이도 아빠 닮아서 책을 좋아할 줄 알았다.
여섯 살이 된 쌍둥이는 요즘 책보다는. 핸드폰을 좋아해서 늘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다.핸드폰은 어른들이 새 핸드폰을 바꾸고 앱을 정리해서 준 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나보다도 핸드폰 기능을 더 잘 안다.
예전에는 핸드폰이 없었으니 책 아니면 장난감이었는데 아들이 장난감보다는 책을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핸드폰이 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들은 어릴 때 손에서 책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늘 책을 가지고 다니며 읽었다.
쌍둥이 손자가 우리 집에 오면 핸드폰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공원에도 가고 놀이터에도 데려간다. 오늘도 도서관에 가서 잠시 책을 읽고 돌아오며 민들레꽃도 따고 놀이터에서도 놀다 들어왔다.
오다가 아파트 상가에 들러서 사리곰탕면과 꼬깔콘, 뻥과자도 사 왔다. 밖에 있는 동안은 핸드폰도 안 하고 TV도 안 보니 우리 집에 오면 공원에도 데려가고 바깥 놀이를 많이 하려고 한다.
저녁을 먹고 놀고 있던 지우가
"할머니, 《매일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해》 책 어디 있어요?"
"책꽂이에 있는데 가져다줄까?"
책을 가져오니 지우가 책에서 '다섯 살 쌍둥이 손자와 놀면 하루가 짧다'를 펼치며 읽어 달라고 한다. 천천히 읽어주니 그다음에는 "쌍둥이 손자 덕에 다녀온 롯데 타워"를 펼쳐주며 또 읽어 달라고 한다. 마지막 챕터에 있는 요리 에세이에서 '다섯 살 손자가 좋아하는 볶음밥과 주먹밥'도 읽어달라고 하며 주먹밥도 먹고 싶다고 하고 고구마 요플레도 먹고 싶다고 한다.
첫 번째 챕터
내 책 첫 번째 챕터가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일상'으로 가족과 관련된 이야기다. 남편이야기, 아들 며느리 이야기, 손자들 이야기를 골고루 넣었다. 그중 손자들 이야기가 많은데 나중에 섭섭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골고루 넣었다.
며느리가 주문한 책 받던 날
내가 5월에 두 번째 책을 출간하고 며느리가 내 책을 가장 먼저 주문했는데 책 받던 날사진을 찍어서 보내주었다. 쌍둥이가 내 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었다. 집에서도 아빠한테 내 책에서 자기들 이야기를 가끔 읽어 달라고 한다고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꼭 안아주고 싶었다.
책 속 문장
책을 읽어 주는 동안 대화글이 나오면 누가 한 말인지도 물어보며 자기들 이야기라 재미있어한다. 책을 다 읽고 이제 자라고 했더니
"할머니, 우리 이야기 왜 조금만 썼어요? 다음에는 《지우 연우 추억 만들기》로 책 만들어 주세요."
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알았어. 다음에는 꼭 지우 연우 추억 만들기 책 만들어 줄게."
손까지 걸고 약속했으니쌍둥이 손자 숙제를 해야 하는데 걱정도 되었다. 쌍둥이 손자가 돌아가고 컴퓨터를 켜고 손자 이야기를 따로 모아보았다. 손자가 네 살 되고부터 내가 글을 쓰기 시작했으니 쌍둥이 네 살부터의 성장 일기라고 할 수 있는 글이 꽤 여러 편 있었다.
하지만 그 글로는 책을 만들긴 부족하니 새로운 글을 몇 편 더 써야겠다. 학창 시절 소설가가 꿈이었던 아들에게도 글을 좀 써 보라고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POD출판으로 요즘 원하는 대로 책을 출판할 수 있으니 몇 권만 만들어 외가에도 드리고 우리 집에도 두고, 쌍둥이도 한 권씩 주면좋겠단 생각이 든다.
《지우 연우 추억 만들기》가 책으로 나오려면 이제부터 쌍둥이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하겠다.쌍둥이 숙제를 언제 해줄지 모르겠지만 글 쓸 이유가 생겨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