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필균 님의 <내리막길이 설레인다>
내리막길이 설레인다/ 목필균
다시 오르라면 주저앉겠다
병약했던 유년시절도
소심했던 학창 시절도
철없이 시작한 결혼생활도
가파른 바윗길이었고
늘 동동 걸음치던 사십 년 공직 생활도
꿈같이 벗어나고 싶었던 터널이었다
흰머리 쓰다듬으며
주름진 얼굴로도
가버린 청춘에 기웃거리지 않겠다
자식들 떨어져 나간 이 즈음이
달맞이꽃도 보이고
솔바람소리도 들리며
온몸으로 느리게
내려설 수 있으니
홀가분한 가슴이
가벼워진 어깨가
모든 짐 내려놓고
아름답게 물든 노을 기다리는
내리막길이 설레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