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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에서 발견한 노인 일자리

초등학교에서 전통놀이 가르치는 노인복지관 어르신들

by 유미래

지난주에 이웃 초등학교에 시간강사로 일주일 나갔다. 내가 교사로 퇴직해서 가능한 일이다. 올해부터 교사도 장기 재직 휴가가 생겼다. 교사는 학기 중에도 장기 재직 휴가를 사용할 수 있으며, 10년 이상 20년 미만은 5일, 20년 이상은 7일의 유급휴가가 부여된다.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지는 휴가로 2005년 폐지 후 20년 만에 부활한 제도로, 6월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통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2학년 담임교사가 장기 재직 휴가를 신청해서 1주일 동안 2학년 담임교사로 근무했다.


오늘 놀이 수업은 노인복지관 어르신들이 선생님


수요일 시간표를 보니 전통 놀이 수업이 있었다. 요즘 초등학교에는 다양한 외부 강사 수업이 있다. 처음에는 전통 놀이 강사 한 분이 와서 체육수업처럼 운영하는 줄 알았는데 어르신 일곱 분이 교실로 들어오셔서 깜짝 놀랐다. 한 분은 반장이고, 여섯 분은 모둠별(소그룹)로 한 분씩 들어가서 학생들을 교육하셨다. 오늘 전통 놀이 수업은 비사치기(일정한 거리에 작은 비석 돌을 세워놓고 이를 맞혀 쓰러뜨리는 어린이 놀이로 비석 치기라고도 한다.)로 남자 선생님 두 분과 여자 선생님 다섯 분이었다.


우리 어릴 때는 TV나 핸드폰이 없었고, 책도 별로 없어서 늘 마당이나 골목에서 놀았다. 줄 하나, 돌멩이 몇 개, 구슬 몇 알만 있으면 해 질 녘까지 놀 수 있었다. 친구들과 어둑어둑할 때까지 놀다 보면 엄마들이 "밥 먹어라." 하는 소리에 놀다가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옛날에는 핸드폰이나 비싼 장난감이 없어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이유는 놀이 속에 협동과 경쟁, 지혜가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여자들은 고무줄놀이, 공기놀이, 사방치기, 실뜨기를 많이 했고, 남자들은 구슬치기나 딱지치기, 자치기, 제기차기 등을 하면서 놀았다. 나는 바닥에 땅을 크게 그려서 땅따먹기하는 것도 좋아했고, 친구들과 공기 알 수백 개를 펼쳐놓고 자기의 깜냥대로 공기 알을 따가는 '많은 공기' 놀이를 정말 많이 했다. 오늘 어르신들이 교실에서 비사 치기를 어떻게 지도할까 기대가 되었다.


학생이 색칠한 비석


모둠별로 한 분씩 어르신 선생님들이 들어가서 나무로 만든 비석에 그려진 문양을 색칠하게 했다. 문양은 태극 문양, 태극기, 꽃, 윷놀이 등 다양하였다. 2학년 학생들이 문양 색칠도 즐겁게 하였다. 이제 책상을 양쪽으로 밀고 가운데 공간을 만들어서 비석을 새워놓고 비석 치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가 색칠한 비석을 던져서 쓰러뜨리는 놀이를 했고, 조금씩 수준을 높여서 다양하게 하였다.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실로 엮어 만든 비석을 놀이에 사용하였다. 비석을 무릎 사이에 끼우기도 하고, 어깨에 올리기도 하고, 머리에 올려서 떨어뜨려 비석을 쓰러뜨리는 놀이를 하며 학생들은 즐겁게 참여하였다. 마지막에는 둘이 짝이 되어 비석을 이마에 끼우고 떨어뜨려 비석을 쓰러뜨렸다. 한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학생들이 놀이하는 것을 보며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나서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지만, 학생들이 한번이라도 더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참았다. 아쉬운 점은 넓은 강당에서 하였으면 더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학생들이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전통 놀이 선생님들이 노인복지관 어르신이라니


수업이 끝나고 쉬는 시간에 어르신들이 잠시 휴게실에서 다른 반 수업이 끝나길 기다리셨다. 내가 누군가. 시민기자 아닌가. 바로 달려가서 인터뷰를 하였다. 인터뷰하다 보니 어르신들이 요즘 나와 남편이 탁구 수업 등 평생교육 프로그램 수업받는 우리 동네 노인복지관에서 나오신 분들이었다. 정말 반가웠다. 노인복지관에서 제공하는 노인 일자리'사회활동 지원 사업'에 참여하신 어르신들이었다.


"전통 놀이 수업에 참여하시는 분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보통 60대와 70대입니다. 오늘 오신 분들은 70대가 많아요."


"전통 놀이 수업에 참여하시니 어떠세요?"

"보람도 있고 정말 좋지. 손주 같은 아이들에게 전통 놀이를 가르쳐주니 좋지."

"나는 전통 놀이 선생님 하면서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미니 연날리기 같은 놀잇감 아이디어를 생각해서 수업에 사용하며 자꾸 연구하게 돼."


"혹시 학교에서 학생들 지도하며 어려움은 없으세요?"

"여러 명이 같이하니 큰 어려움은 없는데 내가 아파서 나오지 못할 땐 미안하기도 하고 속상하지."

"학생들이 교실에 담임선생님이 계셔서 대부분 잘 따라주는데 정말 말 안 듣는 학생이 있으면 힘들어."


전통 놀이 선생님들께서는 이구동성으로 학교에서 손주 같은 학생들에게 우리 전통 놀이를 가르치며 보람을 느끼고 일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하셨다. 전통 놀이 수업은 3월부터 10개월 동안 운영되는데 요즘 학교에서 신청이 많아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일하신다고 하셨다. 일곱 명씩 두 팀으로 열네 분이 다니시는데 3월에 기본 교육을 받는다고 하셨다.


전통놀이 선생님, 남편도 할 수 있겠다


전통 놀이 선생님들께서 즐겁게 일하시는 모습을 보니 퇴직하고 집에서 놀고 있는 남편도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0대인 남편도 아이들을 좋아하니 어르신들과 함께 교육받고 학교에 나가면 좋을 것 같았다. 노인일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러 노인 복지관 노인일자리 담당자를 찾아갔다.


남편은 기초노령연금 수급자가 아니라서 조건이 되는지 알아보았다. 우리 동네 노인복지관에서 신청이 가능한 노인 일자리는 두 가지가 있었다. 지역 거주자 만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자가 신청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와 만 60세가 넘은 노인이라면 신청할 수 있는 사회활동 지원 사업 일자리로 나누어졌다.


노인복지관 3층에서 수강생 안내하시는 어르신


65세 이상 기초연금 받으시는 분은 월 10일 근무하시는 노인 일자리로 11개월 동안 일하실 수 있는데 월 29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65세 이상 중 기초연금을 받지 않으시는 분도 가능한 일자리로 노인복지관 내에서 식당이나 안내, 상담 등의 일을 하시며 주 5일 하루 3시간씩 20일을 근무하면 월 70만 원을 받는다.


이번에 학교에 전통 놀이 교육하신 어르신처럼 학교에서 학생 교육이나 늘봄 교실에서 학생들을 돌보는 일로 60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주 5일, 하루에 세 시간, 월 20일 근무하면 월 7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일 년에 10개월 동안 일할 수 있다. 남편이나 나는 학교에 나가는 전통 놀이 강사나 늘봄 교실 봉사 등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에게 내년에 전통놀이 강사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물어보았더니 한 번 도전해보겠다고 한다.


노인 일자리는 대부분 지역구 노인복지관에 신청하면 된다. 12월 초에 신청하면 1월부터 활동한다고 하니 노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노인 일자리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11월 말에 전화로 알아보거나 직접 방문해서 신청하시면 좋겠다. 노인복지관마다 노인 일자리 신청하는 기간이 다를 수 있으니 전화로 먼저 문의해보시길 바란다. 요즘 노인들도 건강만 허락하면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으니 노인복지관에 문의해 보시고 내년에는 일하시며 건강도 챙기고,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찾기 바란다.


https://omn.kr/2fz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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