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최윤순 글)
요즘 황혼육아, 조부모 육아 이야기는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7년 넘게 하고 있기에 '조부모 육아'란 말이 참 친근하게 다가온다. <판 깔아 주는 흥 많은 할머니>(2025년 11월 출간)를 출간한 브런치 최윤순 작가도 황혼육아 7년 차로, 매일 오후 손주들이 있는 집으로 출근하는 흥 많은 할머니다. 이 책이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은 조부모 육아 책 출간 선배로서 추천사를 써 주었기 때문이다.
<판 깔아주는 흥 많은 할머니>는 ‘다섯 손주와 엮어가는 유쾌하고 다정한 날들’의 이야기이다. 이 글을 쓴 방년 66세 할머니인 최윤순 작가님의 별명은 ‘안 아픈 청춘’이다. 본인이 공평하게 받은 24시간이라는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규칙적이고 촘촘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큰딸이 붙여준 이름이다. 그 촘촘한 시간 안에는 늘 손주 육아가 들어있다. 손주들은 할머니와 만나는 것을 즐거워한다.
저자는 손주 돌봄도 결국 타이밍이라고 말한다. 어렵게 선발된 영어 전담 교사도 기꺼이 버리고 손주 육아를 선택했다. 그러며 “저는 퇴직자가 아니라, 여전히 ‘현역’입니다.”라고 말한다. 맞다. 저자는 다섯 손주를 돌보는 현역 ‘육아 전문가’다.
저자가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고 손주 육아하게 된 것은 이랬다. 큰딸 손주 세 명을 돌봐주시던 바깥사돈께서 허리 통증으로 육아하지 못하게 되어 갑작스럽게 큰딸 삼 남매를 돌보게 되었다. 큰딸과 작은딸이 번갈아 육아 휴직하며 격년으로 손주 다섯 명을 돌보고 있는데, 지금은 작은딸 남매 두 명을 돌보고 있다.
두어 달이 지나 손자들과 어느 정도 편안한 관계가 형성되었다.(중략) 둘째는 아침마다 얼굴 가득 웃음을 담고, 실눈을 뜨며 할머니 가슴팍을 파고들었다. 꽉 안아 주라며 보드라운 엉덩이를 들이미는 모습에 할머니는 홀딱 빠지고 말았다.
나는 쌍둥이 손자 5개월이 지난 때부터 돌보았기에 손자들과 자연스럽게 적응했지만, 저자는 손자들이 말로 의사를 표현하는 시기부터 육아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주들과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흥 많은 할머니는 손주들과 주거니 받거니 밀당하며 위기를 잘 넘겼다. 할머니에게 다가오는 손주들을 보며 '세상에 누가 나를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손주 육아 하는 것이 점점 즐거워졌다
할머니는 '판'을 깔고, 아이들은 '쇼'를 하는 즐거운 육아시간
나는야 신나는 흥 머니!
손자들만 만나면 흥 머니의 생각 주머니는 자꾸만 커진다. 풍선처럼 둥둥 날아가기도 하고, 열기구처럼 부웅 떠다니는 손주들 생각뿐! 딸은 흥 머니가 뭐냐며, 인터넷에도 없는 단아라고 난리다. 그렇지만 손주들이 오면 종종거리는 놈, 날뛰는 놈, 소리치는 놈 등 삽시간에 온 집안이 들썩거리고 초토화된다. 그 순간 할머니의 머릿속은 활짝 열린다.
저자는 점심 먹고 딸 집에 가서 오후에는 손주들과 달콤한 시간을 보낸다. 요즘 조부모 육아가 대세지만 육아의 형식은 모두 다르다. 책 제목처럼 흥 많은 할머니는 '판'을 깔아주고, 아이들은 '쇼'를 하는 즐거운 육아시간을 보낸다. 큰손자가 동생과 싸워서 엄마에게 야단맞고 풀이 죽어 있을 때 "김성호, 귤 받아라." 큰 소리로 외치며 야구 좋아하는 손자에게 귤 하나를 야구공처럼 던져준다. 손자가 귤을 받으면 "나이스 캐쳐!"라고 말해주며 손자의 기분을 풀어준다.
저자는 손주들과 책 읽기도 놀이처럼 한다. 스톱워치를 누르고 책 읽기에 도전한다. <알사탕> 책을 읽을 땐 박하사탕 한 봉지를 사서 입속에 하나씩 넣어주고 입안에 퍼지는 처음 먹어본 낯선 맛을 느끼게 하며 즐겁게 책을 읽는다. 책 읽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손주들의 창의성도 발견하게 되고 손주들도 책 읽기의 즐거움에 빠지게 된다.
거실에서 손주와 보자기를 깔아 과녘을 만들어 양궁 놀이를 하고, 때론 활동적인 손자를 위해 겨울철 실내에서 탁구, 축구, 야구 놀이 등 3종 경기로 놀아준다. 손녀가 좋아하는 선생님 놀이엔 기꺼이 어른 학생이 되어 놀아준다.
특히 명절에는 '가족 장기자랑' 포스터를 만들어 혈액형으로 팀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내어 즐거운 장기자랑 시간을 갖는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판을 깔았지만, 매년 명절 때마다 하다 보니 손녀들이 포스터를 꾸미고, 스스로 사회도 보는 즐거운 상상 놀이터가 되었다. 이런 작은 놀이가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씨앗이 되길 흥 할머니는 바란다.
황혼육아, 어렵지만 의미 있는 일
황혼육아에서 중요한 것은 본인 건강을 챙기는 일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마음은 있어도 손주 육아에 참여할 수 없다. 저자는 매일 아침 일어나 기도하고, 독서 동아리에서 내준 숙제를 새벽에 한다. 아침밥도 꼭 챙겨 먹고, 여덟 정거장 떨어진 운동센터에 가서 운동하며 마음 건강, 몸 건강을 챙기려고 노력한다. 오전 시간은 자신을 위해 쓰고, 오후에 손주 육아하러 달려간다.
손주 돌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예기치 않은 변수가 많고, 사랑 없이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힘들다고 아무 때나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중략) 돌봄은 단순히 아이를 보살피는 일이 아니다. 인내와 사랑, 그리고 세심함의 가치를 깨닫게 해 준다.
각 장 끝에는 '세대 간의 소통 노트, 육아 놀이터 만들기'등 조부모 육아의 Q&A 를 실어서 조부모 육아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황혼 육아의 어려움이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제약이 생기는 거.'라고 한다. 이 말이 공감이 된다.
나도 주말 육아하기에 대부분 주말에 있는 경조사 등에도 가지 못한다. 저자는 육아하는 요즈음에도 자신을 위해 오전 시간에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에 참여하고, 복지관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등 자신을 가꾸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이 점은 육아하는 조부모들이 배우면 좋겠다.
요즘 조부모 육아가 대세다. 하지만 육아의 형식은 모두 다르다. 나도 쌍둥이 손자 주말 육아를 7년이나 하고 있지만, 저자의 조부모 육아는 참 새롭다. 흥 많은 할머니가 쓴 ‘조금은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이야기 한 판!’이 궁금하시면 이 책을 꼭 읽어보시라고 권해 드린다.
네 살 손주부터 열두 살 손주까지, 다양한 육아 이야기는 읽으시는 분들에게 따뜻한 미소를, 때론 눈물 한 방울을 전해 줄 거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조부모 육아의 다양한 팁과 궁금증을 해소시켜 줄 좋은 육아 노하우도 만나실 수 있을 거다. 손주가 오는 날 할머니는 ‘판’을 깔고, 아이들은 ‘쇼’를 하는 풍경이 아이를 키우는 집마다 널리 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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