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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Aug 16. 2022

살 20kg이 찐 이야기

-임신과 입덧(4)

"어떻게 하죠?"

"뭘 어떻게 해요, 낳고 빼면 되지."

성격 좋은 나의 담당 의사 선생님은 내가 임신 중에 20킬로그램이 불어서 고민하자 쿨내 나게 대답해주셨다.

임당 검사를 하고 내 친구는 살 많이 쪘다고 의사 선생님께 야단맞았다던데 우리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시네. 그런데 이 20킬로그램은 어떻게 뺀단 말인가. 아이를 나으면 다 빠지는 걸까.


남편이 남자 친구였던 그 시절, 나는 다이어트가 생활 습관이 되어있었다. 살이 다시 찌는 것이 너무 두려웠던 나는 본성을 억누르고 항상 한 숟가락, 한 입 먹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나는 원래 정말 잘 먹는 사람이다. 무엇을 줘도 복스럽게 싹싹 먹는다고 무수히 칭찬을 받아왔던 내가 이렇게 자제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외식을 할 때 남기는 것을 세상 아까워하는 내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살이 찌면 안 된다는 굳은 마음가짐 아래에서 나는 남자 친구와 데이트할 때에도 조금씩 먹고 남기기를 시전해왔었다. 남편 역시 나를 만났을 때 다이어트에 성공하여 날씬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남편도 먹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했고 그 결과 어린 시절의 사진들은 모두 통통한 사진들 뿐이었다. 그는 나와 만나면서 자신의 몫과 내가 남긴 몫을 다 먹어서 살이 찌고 있다면서 불평하곤 했었다. 우리가 결혼을 할 때, 남편과 나는 인생에서 가장 날씬했었다. 결혼 과정에 거쳐야 할 난관이 많았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고생이었어서 우리는 둘 다 많이 말랐었다. 게다가 나는 결혼 직후에 아이를 가져서 입덧을 시작했기 때문에 그것보다도 더 마르기 시작했다. 이제는 예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퀭해 보일 정도였다. 


입덧과 우울증이 너무 심해지자 남편은 나에게 뭐든 외부활동을 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원래 가만히 있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그 조언을 받아들였다. 나는 매일 수영을 갔다. 물을 좋아하는 나는 수영을 하면 입덧이 좀 덜 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일 러닝머신을 3킬로씩은 걸었다. 그리고 임산부 발레를 하고, 밤에는 집 주변을 산책했다. 이렇게 활동이 늘어나자 식욕도 따라서 증가했다. 다이어트를 할 때라면 이렇게 운동하고 먹으면 안 되지만 이때는 아이가 있었으므로 먹고 토하는 한이 있더라도 식욕이 당기는 한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20킬로의 증가였다.


이때 외식을 할 때의 모습은 우리가 결혼 전 데이트를 할 때와 180도 다른 양상을 보였다. 남편은 자기 몫의 음식을 지키느라 바빠졌다. 자기 것을 먹고 내가 남긴 것도 먹어야 한다고 불평 아닌 불평을 했던 남자 친구였던 그는 이제는 자신의 음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투쟁하기 시작했다. 

"네꺼 먹어. 왜 자꾸 내 걸 뺐어먹어."

그래서 그는 특단의 조치로 음식점에서 주문할 때 한 접시씩 더 시켰고 그 결과 우리는 둘 다 돼지로 변신했다. 


나는 아이를 낳는다는 좋은 핑계가 있었지만 남편은 낳을 수도 없는 뱃속의 무언가를 데리고 있었기에 더 슬퍼했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를 낳으면 다 빠질 것이라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거짓이라는 것을 훗날 깨달았다. 아이를 낳았지만, 정확시 아이와 양수의 무게인 5킬로만 빠졌다.

15킬로는 내 살이었던 것이다. 누가 나 좀 자제시켜 주지. 출산 후 우울증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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