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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신애 Sep 26. 2022

인생은 공부다

-죽기 전까지는 하는 게 있어야지.

"다음 달부터는 영어 번역 스터디도 시작하려고."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분명 영어교사인데 생각도 혼잣말도 중국어로 하고 있기에, 나는 영어도 다시 좀 더 빡세게 달리기로 결정했다. 분명 숙제에 쫓기며 살겠지. 근데 왜 두근두근하고 설레는 걸까?

미친 거지.


나는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뭔가 공부할 때 남을 위해 뭔가 봉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딱히 돈을 벌려고 공부를 해 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냥 내가 좋아야 한다, 뭐 그런 말이다. 뭐 그렇다고 돈을 버는 행동을 내가 전혀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딱, 먹고 살만큼만 한다.

우리 엄마는 간혹 혀를 차며 내게 말하곤 한다.

"아이고, 복 받았네, 복 받았어."

맞다. 나는 복을 받았다. 저렇게 이야기하시지만 나의 뒤에 든든히 버티고 서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다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우리 엄마니까 말이다. 엄마는 어렸을 때부터 책이 너무 좋았고, 공부가 너무 좋았던 사람이었지만 집이 너무 어려웠고 식구가 많았고, 그리고 아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고 싶은 공부를 못 했을 뿐 아니라 다른 식구들의 뒷바라지를 해야만 했었다. 그래서 엄마는 어려서부터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만 하겠다고 정신을 놓는 딸을 이해해 주셨었다. 저기, 그렇다고 내가 뭐 천재고 그런 건 아니다.


최근에 '문해력'에 관한 수업에서 최나야 교수님이 말하는 것을 들었었는데 그것이 딱 와닿았다. 

"다들 공부는 '마라톤'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마라톤도 끝이 있잖아요. 그건 입시가 공부의 끝일 때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공부는 끝이 없는 길을 걷는 것이지요."

나는 정말 그 말에 공감한다. 끝은 보이지 않지만, 그것이 절망적인 느낌은 아니다. 기왕 길에 들어왔으면 즐겁게 걸어보자고. 갈 때까지 가보지 뭐. 끝에 뭐가 있는지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인데도 벌써 '공부'라는 단어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공부'란 억지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모두의 머릿속에 박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어찌 보면 나도 학교 다닐 때에는 억지로 하는 공부가 있었다. 입시를 보려면 아무리 '수학'은 빼고 공부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으니까. 내가 좋아하는 공부만 할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지금은 너의 성실성을 키우는 시기야. 꾸준히 매일매일 한다는 건 어려운 건데, 그 습관을 잡는 거지. 그렇지만 싫을 수도 있겠다. 할 만큼만 하면서 좋아하는 걸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뭐 잘 찾아보면 어느 과목이든 재미있는 구석은 있겠지. 잘 안돼서 짜증이 날 수는 있지만서도."


피할 수 없음, 즐겨야지 머. 미안하다, 아들. 이런 조언밖에 못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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