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처음, 아마도 다섯 살
이토록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걸 보면 아주 어릴 적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다섯 살 정도였을 거다. 나는 방 안에 혼자 누워 있었다. 햇빛이 들어오는 낮에 어린아이가 방 안에 혼자 있었으니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주말이었을 거고, 집이 조용하지는 않았으니 다른 가족들은 잠시 거실에 있었을 것이다.
혼자 누워 천장을 보던 나는 손을 둥글게 모아 귀에 가져다 댔다. 별생각 없이 그저 몸이 가는 대로 움직이는 정말 어린아이였다. 먼저 왼손을 들어 왼쪽 귀에 가져다 대곤, 왼손 엄지 손톱과 검지 손톱을 여러 번 부딪쳤다. 손톱끼리 맞닿아 '톡톡' 하는 소리가 왼쪽 귀에 크고 또렷하게 울렸다. 마치 조개껍질을 서로 부딪쳐서 나는 소리처럼 가볍고도 깊었다. 어린 나는 바닷가에 온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
곧바로 오른손을 들었다. 똑같이 손을 둥글게 모아서 오른쪽 귀에 가져다 대고, 오른손 엄지 손톱과 검지 손톱을 여러 번 부딪쳤다. 오른쪽에선 왼쪽보다 작고 아득한 소리가 들렸다. 한순간에 조개껍질들을 떨어뜨리고 바닷가에서 멀어졌다.
다섯 살 정도의 어린아이는 여기서 무언가를 알아차릴 만큼의 사고가 되지 않았다. 그냥 자신의 왼쪽 귀에 들리는 소리와 오른쪽 귀에 들리는 소리의 크기가 다르다는 사실이 흥미로울 뿐이었다. '왜 오른쪽 귀에선 소리가 작게 들리지?'가 아니라 '우와, 오른쪽 귀에선 소리가 작게 들리네!'라는 생각만으로 양쪽을 번갈아가며 손톱끼리 만나서 나는 소리를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가족 중 누군가가 방으로 들어와서 그대로 따라 거실로 나갔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손톱을 부딪쳐 귀에 가져다 대지도 않았다. 어린아이에게 이 일은 그냥 지나갈 수 있는 흥미로운 일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 모두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너무 어렸다. 모두가 그런 줄로만 알았기에 가족에게도, 아무에게도 이걸 말하지도 않았다.
만약 다섯 살의 내가 "나 왼쪽 귀보다 오른쪽 귀에서 소리가 작게 들려요."라고 누구에게든 말했다면 무언가 달라졌을까? 지금 생각해 보자면, 사실 크게 달라지는 건 없을 테다.
다만 3년 뒤의 엄마가 너무 늦게 알았다며 나를 붙잡고 속상해하는 일은 없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