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모 인터내셔널
1999년도 하반기. 인터넷 시대가 점점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식 투자와 같이 좋은 도메인네임 확보 열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다. 심심치 않게 누가 어떤 도메인네임을 판매하여 수억에서 수십억을 벌었다는 신문 기사가 눈에 띄었고, 한 벤처기업에서 korea.com을 55억 원에 구입한다는 뉴스도 있었다. 한마디로 가치 있는 도메인네임을 선점해서 추후 재판매로 수익을 벌어보겠다는 광풍이 전국에 걸쳐 퍼져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법률적 기반이 마련이 되어 있지 않던 상황이라 예를 들어 samsung.com을 어떤 개인이 먼저 선점을 하더라도 삼성에서는 그 도메인네임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었다. 결국 소유자와 연락을 하여 거래를 하는 수밖에 없으니 그야말로 기업 도메인네임을 로또로 인식을 하는 수준까지 이른 것이다.
9월 말에 오픈한 나의 첫 인터넷 웹 서비스 '국민게시판 eMemo'. 당연히 유저수 증가는 느릿느릿했고 언제 여기서 수익이 나올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계속 이것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내 현실이 너무 현실적이라 수입이 간절했다. 그러던 와중에 후배 여러 명이 나와 함께 일을 하기를 원했다. 그중 웹 개발자도 있었고 웹 디자이너도 있었다. 이 참에 웹 에이전시를 하나 차려야겠다 싶어 대학교 연구소에서 나와 가까운 곳에 저렴한 임대 사무실을 계약했다. 조촐하지만 나의 첫 사무실이 생긴 것이다. 열정 하나로 뭉친 젊은이 들이라서 직원이라는 개념보다는 함께 꿈을 펼쳐보자는 분위기였고, 나는 장소와 기타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에 대한 믿음이 생긴 주변 지인들이 많아졌고, 선후배 몇몇은 나에게 투자를 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대략 1천만 원 정도는 되었다. 돈 한 푼 없던 나에게는 정말 소중한 자본금이 되었고 그 투자금으로 사무실 운영과 서비스 및 시스템 개발에 사용을 했다. 아직은 수익이 없기에 당연히 월급이라는 개념은 없다. 돈과 사람이 모였고 이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계속해서 토론을 하였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두 가지. 하나는 당장 현금이 도는 웹 에이전시 서비스. 쉽게 이야기하자면,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부터 호스팅까지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층은 개인부터 기업, 병원, 학원 등등 무궁무진했다. 이 비즈니스는 벌써부터 경쟁이 치열하다. 자본력이 큰 웹 에이전시는 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그 외 나처럼 자본이 없는 신생은 뭐든 주워 먹다 보니 미래 비전이 크다고는 이야기하기 힘들다. 그래서 두 번째로 생각한 것이 당장 현금이 돌지는 않지만 비전이 있는 모델을 생각했다. 위에 설명했듯이 도메인네임에 대한 미래 가치가 클 수밖에 없다는 확신하에 인터넷상에 각자 보유한 도메인네임을 거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로 했고, 그렇게 하여 탄생한 사이트가 '아이러브도메인(I Love Domain.co.kr)'이다.
자 이제 사이트는 만들었고, 그럼 이제 어떻게 홍보를 하지? 또 같은 문제에 봉착했다. 당시 유명한 검색엔진으로는 야후,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정도인데 배너광고 단가가 최소 수백만 원에 이르기에 엄두도 못 냈다. 차라리 신문 광고도 생각을 해보았으나 그 역시 단가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일전에 한번 도움을 받았던 기자 선배에게 염치 불고하고 다시 한번 부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 선배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졌다. 모든 기사가 데스크를 통과하는 건 아니니 신문에 게재가 될 만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보내라는 것이었다. 맞는 말이었다. 속칭 '기삿거리'를 찾거나 만들어야 한다. 생각에 생각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와중에 투자를 한 후배가 찾아왔다. 본인이 선점한 hotelspapia.co.kr 도메인이 있는데 그 호텔에서 도메인을 넘겨달라며 연락이 왔다는 것이다. 대전 유성에 위치한 대형 호텔이라 나도 알고 있었고, 좀 더 자세히 들어보니 50만 원에 소유권을 넘겨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몰라 나를 찾아온 것이다. 사실 규모가 있는 호텔에서 제시한 금액 치고는 너무 작아 더 높은 가격을 요청하였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고 거절하자니 그 호텔을 위한 도메인이라 다른 곳에서 흥정이 들어올 확률도 거의 없다. 하루 이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한 후 장고에 들어갔다. 그러다가 아이디어가 하나 떠 올랐다. 후배에게 연락하여 그 도메인 판매에 관한 모든 전권을 나에게 넘겨줄 수 있냐고 하니 당연하다는 답을 받았고, 바로 호텔로 연락을 했다. 때는 1999년 12월. 연말이 되어 불우한 이웃을 돕자는 행사가 여기저기 벌어지고 있었다. 호텔 도메인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 질문을 했다. 50만 원 이상은 정말 어렵겠는가? 예산이 정해져 있어 그 이상은 어렵다는 답을 받았고, 그래서 제안을 했다. "그렇다면 돈은 안 받을 테니, 대신 소년 소녀 가장 8명을 초청해서 하룻밤 호텔을 이용할 수 있게 해 줄 수 있나요?" 갑작스러운 제안에 잠시 머뭇거리더니 상의하고 연락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후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생각대로 행마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대전에 위치한 복지관에 연락을 하여 행사 내용을 설명하고 소년 소녀 가장 8명을 부탁했다. 그리고 호텔에 연락하여 12월 30일 입실 계획을 알렸다.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고 이제 '기삿거리'가 준비된 것이다. 비록 순수한 마음에 불우이웃을 도운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었고, 회사적으로는 신문기사를 통해 검색엔진 배너광고보다 훨씬 큰 효과의 사이트 홍보를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생각을 해본다. 아래가 관련 기사다.
연합뉴스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04494682?sid=105
한국경제 : 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1999123001031
인터넷 도메인네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국내용 도메인 co.kr은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사람만이 선점을 할 수 있는 반면에 전 세계 통용 도메인 .com은 누구나 등록을 할 수 있고 판매 대상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포함되기에 더욱 인기가 많았다. 어느 날, 우연히 미국에 기반을 둔 도메인네임 거래 사이트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되었다. 그레이트도메인스닷컴(www.greatdomains.com). 수 많은 .com 도메인네임이 이곳을 통해 판매가 되고 있으며 그 액수도 국내와는 비교가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바로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만약 내가 운영하는 아이러브도메인 사이트에 유저들이 등록한 판매용 .com 도메인을 그레이트도메인스닷컴과 제휴하여 세계 시장에 매물로 올릴 수 있다면, 그래서 실제로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아직까지 국내에서 해외 판매대행 서비스를 하는 곳은 없었다. 한번 도전해보자. 영어라면 자신이 있었기에 장문의 이메일을 작성하여 그레이트도메인스닷컴에 보냈다. '한국에서 도메인네임 거래 사이트를 운영 중이며 해외 판매를 원하는 다수의 .com 도메인을 보유하고 있다. 귀사와 제휴하여 해외 시장에 매물을 올리고 싶다'. 며칠이 지나도 답장이 없었다. 또 보냈다. 역시 답장이 안 온다. 그렇게 보내고 또 보내기를 7번, 드디어 답장이 왔다. 그것도 그레이트도메인스닷컴 대표에게서 직접 왔다. 제안 내용은, 판매가 성사되면 판매금의 7%를 수수료로 부과할 것이고 그 수수료 중 25%를 커미션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거래 조건을 떠나 답장을 받았고 거래를 해보자는 내용에 이미 들떠 있었다. 바로 답장을 보냈다. OK. NO PROBLEM. 그 후 이미 언론의 홍보 효과를 알고 있기에 기자 선배에게 재미있는 기삿거리가 있다고 연락을 하였다. 그리고 얼마 후 각종 신문에 기사가 실렸으며 그 여파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래가 관련 기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