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샬롯H Mar 02. 2024

오랜만입니다


날짜를 보아하니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지 않은 지 거의 1년이 되었다. 1년 동안 글을 올리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여기서 하는 일이 점점 바빠졌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겠지만, 잘 극복하고 있었던 줄 알았던 우울증이 점차 나를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란 고백을 해야 하겠다.


제너럴 닥터에게 우울함을 호소했더니 이전에 한국에서 복용하던 약의 성분과 동일한 정신과 약을 처방해 주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녀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Psychiatre)를 만나는 것은 좀 더 생각해 보라면서 나에게 심리상담가(Psychologue)에게 무료 상담 6회를 처방해 주었다.


그러나 나는 과거 한국에서 심리상담을 몇 달에 걸쳐 했었지만 도리어 상처만 받고 끝났던 나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 무료 상담이 꺼려지기도 했고, 그 '무료 상담 예약'을 받아주는 상담가를 찾는 것이 조금 까다롭기도 했으며, 무엇보다도 내 상태에 대해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 잘 인식하고 있기에 작년 여름이 지나면서 정신의학과 의사를 만나는 것이 필요하다는 확신이 생기게 되자 적당한 의사를 찾기 시작했다.


코로나 직전부터 대략 3년 정도의 일기를 뒤적여 본 결과 나는 아무래도 우울증이든 조울증이든 불안 장애든, 분명 장기간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는 몸이 아프고 죽고 싶다는 생가기 점차 잦아지고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든 정도였으니 이제는 때가 된 것이었다.


프랑스는 전문의들이 초진 환자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구글 등 사이트에서 평가가 좋은 의사들은 대부분 환자가 이미 많아서 더더욱 그렇다. 그렇게 나는 한 달 정도 괜찮은 의사를 찾아 헤맸다.


결론적으로는 여름 바캉스 이후 신규 환자를 잠시 받고 있던 의사 M을 만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의사든 상담사든 상담(카운슬링)을 전반적으로 불신한다. 의사들의 제한된 진료 시간으로 나의 정신적 문제를 이해하게 만든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거니와 의사나 심리상담가가 나 스스로가 생각해 낸 것 이외에 어떤 신박한 조언이나 발견을 해준 적도 없으며, 아무튼 내가 원하는 것은 물리적인 효과였기 때문이다. 나에게 상처 주거나 화나게 만든 일이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편인데도)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국에서 총 2년~3년 정도의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경험이 있지만 약으로 인해 상태가 호전되는 경험은 불행히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다시 의사를 만나야겠다는 생각한 것은 정말로 절박하기 때문이기도 했고, 혹시 프랑스에선 무언가 다르지 않을까 하는 헛되지만 어찌 보면 합당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반년 간의 이야기는 앞으로 천천히 풀어나가고자 한다.


M의 1회 상담 시간은 30분이다. 의사에 따라 다르지만 다른 의사들은 20분에 같은 비용을 청구하기도 한다. 프랑스 국민 건강 보험과 사보험을 사용하면 대략 80퍼센트를 환급받기 때문에(환급이 되지 않았다고 해도 갔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수준은 아니다.


첫 상담 후 M은 내게 아직 어떤 약을 처방할 수는 없고, 나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알아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상담을 2주 후에 하면 아마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거라고. 한국인의 '빨리빨리' 정신을 장착한 나로서는 약간 실망했지만 M의 그러한 신중함이 도리어 신뢰도를 높여주는 것 같기도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 한 번의 생일을 맞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