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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총 Oct 20. 2022

35살, 나는 해고당했다.

Ep 21. 이상한 회사 1

한국 지사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지사장 : “어, 그러니까 이게... 저희 쪽에서 요청을 한게 아니고, 헤드쿼터(본사)에서 마케팅을 뽑은거라서, 저희 쪽 규정에 맞게 연봉을 조정해야할 거 같아요~."


말도 안되는 얘기였다. 이 회사랑 면접이 진행되기 전, 글로벌 본사 인사담당자에게 수차례 나의 현재 연봉과 희망연봉을 얘기했고, 나의 희망연봉이 본사에서 가능한 수준임을 확답받고 면접을 진행했던 것이기에 지사장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격앙되는 마음을 추스르며 통화를 이어갔다.


딱총 : "지사장님, 제가 이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이 회사의 글로벌 본사에 제 희망 연봉을 몇번이나 얘기했고, 그 금액이 본사에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서 면접을 본 겁니다. 그리고 본사와는 면접이랑 연봉협의까지 모든 절차가 끝났습니다. 인사팀에서도 메일로 확답해줬구요." 


내 말을 들은 지사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사장 : "하...이게,,아무튼 한국에서 근무를 하시는거고, 한국지사만의 뭐.. 그런게 있어요~. 그래서 저희 회사에 근로하는 분들의 연차와 연봉을 고려해서, 재조정을 해야하는 거구요~. 어~ 현재 연봉이 얼마시라구요?"


이미 다 끝난 연봉얘기를 한국에서 재차 묻는게 이해는 되지 않았지만, 정확한 상황파악이 되지 않았어서 현재의 연봉과 희망연봉을 얘기해줬고, 최소 연봉의 금액도 지사장의 요청으로 알려주었다.


지사장 : "네 딱총님, 최소연봉도... 하... 많이 높네요?ㅎㅎ 아무튼, 저희 쪽에서 내일까지 답을 드릴게요~."

모든 정식 프로세스를 마친 상황에, 숨어있는 퀘스트도 아니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당황스러우면서 머리가 아파왔다. 글로벌 본사의 지사에서 본인들의 자체 규정으로 움직인다면, 지사쪽에서 면접을 진행했어야 맞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본사 사람들과의 온도가 정반대인 지사장의 모습에서, 어디의 태도가 이 회사의 태도인지 혼란스러웠다.

우선, 처음부터 내 면접을 진행해준 인사담당자에게 메세지로 현재 나의 상황에 대해 알려주었다. 인사담당자는 약간은 놀란듯 급하게 메신저 콜을 내게 걸고는 걱정하지 말라며 시간을 달라 하였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인사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고, 내일 한국 지사장이 글로벌 본사와 나 사이에 확정된 연

봉으로 계약을 진행할 것이니 걱정말라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해줬다. 하지만 한번 든 의심이 쉽게 사라지는게 아니다보니, 이제는 인사 담당자도 못 미더웠다.


내가 지사장과 나눴던 얘기로 미루어 볼 때, 한국지사에서는 마케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한번 더 의구심을 갖자, 인사 담당자는 정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내부에서의 커뮤니케이션 오류이니 내일 지사장의 연락을 기다려달라했다..


이미 회사에서 부당해고로 뒤통수를 크게 때려 맞고 정신도 온전치 않은 나의 상태와 더불어, 통화에서의 지사장의 말과 뉘앙스, 지사장과는 정반대로 호의적이고 적극적인 인사담당자의 태도까지 맞물리며, 또 다시 가슴이 떨리고 갑갑해졌다.


어찌되었든 간에, 나는 또 하루를 기다리게 되었다. 또 하루! 또 하루! 정말 지긋지긋하다. 글에 적진 않았지만, 이 회사의 면접을 보던 중 다른 회사 몇 군데를 합격을 한 상황이라, 그 회사들의 최종 오퍼에도 확답을 해줘야하는 상황까지 섞이며, 더더욱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하... 또 하루다. 시간도 보내고 머릿속도 비우기 위해 혼자 산책을 했다. 산책이라기보다는, 잡념을 없애기 위해 집 근처를 빙빙 돌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무너지는 멘탈을 잡고 또 잡았어야 했기에, 오늘도 그런 하루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으려 노력했다.


잠깐의 시간동안 머리를 식히고, 와이프와 아이를 케어하다보니 밤과 새벽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다음날이 찾아왔고, 오전부터 지사장의 연락을 기다렸다. 오전에 아이가 잘 동안, 낮잠도 자보고 와이프와 청소도 하며 연락을 기다렸으나 오후 3시가 넘어갈때까지 연락이 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인사담당자에게 지사장의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메세지를 보냈고, 메세지를 보낸 후 몇 분이 지나서 지사장에게 전화가 왔다. 


지사장 : "네~ 딱총님, 저희가 어제 오늘까지 임원들과 얘기를 나눴구요. 딱총님에게 제안 드릴 연봉이 결정되었습니다. 저희의 오퍼 연봉은 000만원입니다. 괜찮으신가요~?" 


사람이 어이가 없으면 말문이 막힌다. 특히나, 본인이 예상한 여러가지 시나리오의 범주 밖의 일이 일어나면 더더욱 그렇다. 올해 나에겐 전의 그 회사에서의 부당해고가 그랬고, 지금 지사장의 연봉제안이 두번째였다. 지사장은 어제 얘기한 최소 희망연봉뿐만 아니라, 나의 최근 연봉보다도 한참 모자른, 내 첫 회사 경력 3년차였을때의 연봉을 제시했다.


말문이 막히며 바로 하나의 생각이 스쳤다.


'입사하지 말라는 얘긴가..?'


마음을 가라 앉히고 지사장과 대화를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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