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주말을 완벽하게 보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주중에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잡아놓은 약속들에 떠밀려 더한 피로를 얻을 수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푹 쉬어야지하는 마음에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가 덜컥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에 후회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일요일을 완벽히 보내는 지극히 개인적인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일단 첫 번째 준비물은, 그간 내 마음만큼이나 어지러웠던 더러운 방구석입니다. 빨래는 빨랫대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빠싹 말라있어야 하며, 이곳이 미용실인가 나의 집인가 헷갈릴 정도로 머리카락이 발에 차여야 합니다. 허리춤까지 올 만큼 쌓여있는 재활용 쓰레기나 자연스레 헛구역질이 나올 만큼 냄새나는 음식물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제 창문을 활짝 열고 방 청소를 시작합니다. 발바닥에 버석버석 밟히는 먼지가 싹 사라지도록 평소엔 하지 않던 걸레질까지 합니다. 분리수거도 하고, 숨을 참으며 음식물 쓰레기도 처리합니다.
다음은 목욕재계 시간입니다. 마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쓸데없는 생각들을 다 씻어낸다는 생각으로 깔끔히 씻습니다. 샴푸를 두 번하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계절에 맞게 스킨케어를 산뜻하게 끝내고, 두어 개 올라와버린 뾰루지에게는 그럴 수 있어-라고 다독여준 뒤 해질 무렵에 맞추어 저녁을 준비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고구마니 닭가슴살이니 컵누들 요거트니 뭐니 하는 나를 옥죄는 것들은 다 제외합니다. 새로 나온 컵라면-아무래도 오뚜기 것이 좋습니다. 비닐을 뜯으려 뒤집었을 때 '항상 당신을 응원합니다.'와 같은 글귀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처럼 아무런 생각 없이 자극적이고 속세적인 맛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이 좋습니다. 이럴 때만큼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세계적인 슬랭이 반가운 순간은 없는 듯합니다.
다음으로 나를 조금 더 나른하게 만들어줄 만큼의 알콜을 준비합니다. 알코올 펄슨이 아니라면 좋아하는 과채음료 정도도 괜찮겠습니다. 이때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내 주량을 소개할 때의 그 주량, 그러니까 약간의 허세가 더해진 주량의 2/3 정도로 알코올을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과도한 음주는 건강에 해롭기 때문입니다.
식사 장소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곳으로 정하는 곳이 좋습니다. 마치 여행 온 듯한 기분을 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집은 남서향이라 해 지는 걸 볼 수 있어-라며 자랑할 때 말고는 딱히 쳐다본 적 없었던 창가를 바라보는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콕! 콕! 콕! 마요 짜장볶이 같은 이름의 음식을 해치우고 난 뒤에는 마음이 편해지는 음악을 한 곡 반복으로 설정해 놓고 알코올로 마음속을 헹구어 냅니다. 가만히 눈을 감고, 그간 고생했을 마음을 토닥토닥 잠재웁니다. 이때는 내일에 대한 걱정도, 또는 그보다 먼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과거에 대한 후회도 내려놓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오늘은 생각을 깊이 하지 않도록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 지는 창가를 바라보다 졸음이 밀려올 때쯤 양치만 한 뒤 눈을 폭 감고 잠자리에 들면 비로소 완벽한 일요일이 완성됩니다.
그러니까, 행복이 별 거겠어요. 이렇게나 쉬운 걸 말이에요. 불행하지 않아 행복하고 망칠 것이 없어 완벽한 일요일을 보냈으니 나는 얼마나 행운아인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