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중학교 1학년의 방과 후 캘리그래피 수업이 있었다. 흠. 흠. 좀 지저분하다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귀여워할 수밖에 없는 해맑은 소녀들의 이야기다.
반제품 상태인 석고방향제를 완성한 후 각자 개성 있는 글을 써넣는 작업이었다. 두 시간 내에 한 작품씩 결과물을 내기에는 시간이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기에 아이들을 재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만들어 온 샘플이 마음에 들었는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차분히 잘 따라와 주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앞쪽에 앉은 학생 둘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쌤~~~~~”
“왜에..?”
“얘 코딱지 파요!” 다행인 건지 다른 아이들은 별 반응 없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코딱지 파는 건 친구의 사생활이니까 모른 척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
옆에 앉은 학생이 기다렸다는 듯이
“거~봐”
그리고는 다시 수업을 진행하려는데,
“쌤~~~ 얘 자꾸 코딱지 파요”
“그래? 하하 모른 척해주라 했잖아” 난처한 웃음을 보이며 말을 해주었다.
“근데 코딱지 판 걸 자꾸 보래요.”
“하하하 코딱지 파는 건 뭐라 안 할 테니까 보여주는 건 하지 않기”
그랬더니 옆에서 듣고 있던 짝꿍이 뜻밖의 말로 반격을 했다.
“얘는 변비 있어요~~”
“어? 쌤도 변비 있는데~~?”라고 했더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주변 아이들이 빵 터져 교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실은 내게는 변비가 대수롭지도 않았고 상황을 진정시키려고 한 말이었는데 이렇게 반응이 뜨거울 줄 몰랐다. 변비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게 웃을 일일까.. 스치듯 생각이 지나갔지만, 이내 이 꼬맹이들을 웃으며 바라볼 수 있었다. 아들이 어릴 때 똥이야기만 나와도 좋아했고 그림책도 똥이야기 그림책이라면 가리지 않고 보던 기억이 나면서 그렇지.. 열네 살 꼬맹이들도 저희들이 컸다고 생각하겠지만 여전히 굴러가는 낙엽에도 배꼽 잡고 웃을 나이지. 그러니 똥 얘기는 오죽하랴.
변비 이야기를 박장대소하며 웃을 수 있는 나이!
나는 변비 이야기가 딱히 웃기지도 창피하지도 않을 나이!
뭐 어떤가. 아이들 덕분에 웃음 바이러스 전염되어 한참을 시끌시끌 웃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웃음 덕분일까. 소년, 소녀들의 손은 춤을 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