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우리의 인생도 소설과 같아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인생을 정리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나의 부단한 노력과 방황이 있었고, 매 순간 나의 가치관은 날씨처럼 변했다. 그러나 지금은 답을 찾았다.
지금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안심하지 않는다. 문제라는 것은 죽을 때까지 반복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기록을 남겨 둔다. 혹시나 작은 도움을 받을 누군가를 위하여, 그리고 사실은 미래의 나를 위하여.
인생을 바꾼 날이 있다. 3월의 어느 봄날.
상처가 아물지 않아 나는 방황 중이었다. 일도 하지 않고 한량처럼. 그러다 이제는 슬슬 일자리를 구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보통은 면접을 보면 언제부터 일을 할 수 있냐, 어떤 경력이 있는가 정도를 물어본다. 그런데, 이번 면접은 병원장이 직접 봤다.
한참의 대화 끝에 병원장이 물었다.
“꿈이 뭐예요?”
꿈이라... 순간 오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꿈같은 건 10대 때 가지는 것 아닌가? 최근에는 꿈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나는 꿈이 없다. 그냥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좋은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적당한 때에 결혼을 하고, 남들처럼 사는 것이 인생이지, 꿈이랄 게 있나. 그리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그래도 면접인데 뭐라도 말해야 했지만, 그걸 생각해 낼 정도로 충분한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나는 “꿈이요?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당연히 떨어졌다.
면접 탈락은 둘째 치더라도, 나는 그날 큰 충격을 받았다. 이미 회색빛 서른으로 다가가고 있는 우리네 직장인에게, 그것도 ‘진심으로’ 궁금해서 꿈을 물어보는 고용주가 있다는 사실에. 그리고,
나에게 꿈이 없다는 사실에.
낭만 빼면 시체인 내가 꿈도 없다는 사실에.
그날 나는 꿈을 갖고 싶어졌다.
꿈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꿈이라는 단어는 정말 멋진 단어였다.
나는 집에 와서 곰곰이 그리고 오래 생각했다. 이미 사회의 쓴맛을 알아버린 내가 가질 수 있는 꿈이란 무엇일까. 졸업도 했고, 이젠 직업도 가져버린 나는 어떤 꿈을 꾸면 좋을까.
그건 사실, 내가 뭘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
난 뭘 원하는 걸까?
그렇게 물어보자, 1초 만에 대답을 할 수 있었다.
“행복을 원해.”
행복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사는 이유가 행복이다. 그러나 각자의 행복은 모두 다른 모양이다. 누군가는 여행이, 누군가는 혼자 쉬는 게, 누군가는 새벽 6시의 러닝이, 누군가는 친구들과의 술판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에 대한 질문 역시, 나에 대한 질문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뭘 할 때 행복한지.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바로 행복 질문에 대한 답인 것이다.
조금만 더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자.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빼면 우리는 일을 하거나, 가족과 대화하거나, 씻거나, 운동을 하거나, 밥을 먹는다. 그러니까 이 중에 어떤 순간에라도 행복을 느껴야 행복한 사람이다. 모든 행복서(書)는 입을 모아 ‘일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며, 관계가 행복의 핵심이다.’라고 한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즉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행복해야 한다.
됐다. 난 오늘부터 꿈이 있는 사람이다. 나를 탈락시킨 병원장 덕분에 말이다.
내 꿈은, “일로써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꿈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꿈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