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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 Kim Mar 15. 2023

가슴벅찬 부름 '일어나라 그대여'

4세대 SYNK를 연 아이돌은 새로운 차원의 콘서트를 한다.

2023년 2월 26일 일요일 오후 4시 40분. 종합운동장역에서 잠실실내체육관으로 향하는 내 얼굴은 좀 화끈거렸다. 


'여기, 내가 와도 되는 거 맞냐고. 죄다, 어린애들 뿐이잖아...!' 


나와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은 10대보다는 20대 초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 틈에 있으려니 꼭 소풍 가는 학생들 인솔자가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떡해, 티켓은 내 지갑 안에 있고 이건 158,000원인걸. 



'어서 가야 한다!'는 마음과 '진짜 너무 민망하다....'는 마음이 뒤섞여서 잠실실내체육관 3층에 도착했다. 무대는 중앙으로 보였다. 뮤덕 친구가 무조건 중앙으로 가라 그랬는데, 잘했다. 근데 나만 잘했겠냐고, 홈마들도 중앙을 노렸다. 자리 양 옆으로 카메라들이 계속 나오고요. 


이번에는 사람들이 영상을 엄청 많이 찍었는데, 시큐가 안 잡고 놔뒀다. 원래는 걸리면 바로 아웃이었는데? 비욘드라이브로 동시에 송출해서 그런가? 것보단 아마.... 좌석이 너무 비좁고 경사가 심해서 못 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누구든 죽기 싫겠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콘서트 시작한다는 말이 들렸다. 잠깐만요, 저 부채 접어야 해요. 더워서 코트를 벗고, 부채를 접다 보니 불이 완전히 꺼졌다. 


'오, 뭐야 완전 신나.' 


그제야 다시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토록 힘겹게 티켓을 끊었건만 막상 그 후 한 달 동안은 콘서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매일 뭔가 사건이 터지고, 수습하고, 뻗었다. 너무 피곤해서 '취소하고 주말에 쉴까?' 고민하다 보니 이미 토요일 저녁이었다. 첫콘이 인터넷에서 실시간으로 퍼졌고, '예습이나 한 번 해볼까'하고 눌러봤다가 진짜 깜짝 놀랐다. 이걸?! 이런 걸 한다고?! 심장이 쿵쾅쿵쾅. 이건, 내 눈으로 봐야 해! 이걸 난 볼 수 있어! 


어디서? 


에스파 첫 번째  콘서트, Hyper Line에서. 







다시 콘서트장 안. 어두운 실내. 관객석에서 시작된 레이저가 모스부호가 점과 선이 되어 전광판을 때린다. 


'삐, 삐빅. 삑, 삐빅-' 


마음 벅차게 하는 인스트가 울려 퍼지면서, 전광판 속의 점과 선이 면으로 확장된다. 그리고 인간 두상 매핑이 나타난다. '틀'만 봐도 누군지 알겠다. 에스파를 가상현실로 연결시켜 주는 중요 캐릭터인 '나이비스'. 


마침내 그녀가 눈을 뜨고, 딱 한마디 한다. 


'에스파, 하이퍼 라인.'


모두가 환호하면 아바타 멤버 'AE카리나'가 쿵, 하고 떨어져서 자기 소개하듯 춤을 춘다. 4명의 AE들이 차례로 자기소개하듯 나왔다 사라진다. 


"인간이 아니라 가상현실 속 캐리터가 콘서트 포문을 열고, AE 멤버들이 전광판들을 뛰어다닌다." 


2분 남짓한 인트로 영상 만으로도 에스파의 정체성을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IP에 대한 SM의 자부심도. 




연출: 메타버스와 ICT가 결합된 새로운 차원의 콘서트



에스파의 첫 콘서트는 메타버스 그룹 컨셉과 ICT 기술을 제대로 살렸다. 그들은 데뷔 때부터 자신들의 아바타 AE를 강조했다. 그래서 초반에는 노이즈가 심했다. 모두가 변화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니까. 


이럴 때 필요한 게 자본이다. 주변에서 뭐라 하든, 밀어붙이려면 돈이 필요하다. 


역시나, 자본이 투입된 기술은 배신하지 않는다. 아바타의 유연성이나 디테일이 놀라울 정도로 발전했다. 게다가 아바타가 나오는 전광판이 엄청 비싸다고 한다. 


전광판뿐인가? 콘서트 장의 모든 것이 돈으로 보인다. 무대는 전반적으로 돈을, 엄청 들인 티가 난다. 이동식 대형 LED 판이 무대 정 중앙과 사이드에 배치됐고, 천장에도 달렸다. 그리고 리프트를 진짜 잘 활용한 것도 좋았다. 내가 돈 낸 만큼 값을 한 것처럼 느껴지는 게 좋다. 돈은 이미 냈으니까!





서사: 성장하는 아티스트



1. 일어나라 그대여


첫 곡은 2022년 7월에 발매한 미니 1집 'girls'의 타이틀곡, 'girls'다. 편곡용은 진짜 웅장하고, 퍼포먼스에 제격이다. 시작부터 분위기가 긴장감 맥스로 가면, 리더인 카리나가 입을 연다.


'일어나라 그대여' 


땅에 박혀 있다가도 당장이라도 솟아오를 것 같은 주문. 당연히 그냥 일어나는 게 아니라, 포효하면서 들고 일어서야 한다(물론 마음속에서. 경사 너무 심해.). 


어떻게 첫 콘서트 첫 곡의 첫 소절을 '일어나라 그대여'라고 시작할 생각을 했을까? 이것은 레미제라블이며, 국민 봉기의 씨앗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통념적 사회에 대한 어떤 반항심, 사회의 악을 처단하고자 하는 정의감, 우리 모두가 함께라면 새로운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결의 같은 평소에는 조용하게 있던 마음의 조각들을 크게 부풀려버린다. 





2. 천사는 일렉기타를 친다.


그리고 이제 조명이 꺼지고, 전광판 속에서 광야에 있는 윈터가 일렉기타를 잡는다. 그리고 콘서트장에 일렉기타가 울리고! 콘서트 무대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일렉기타를 친다. 이 문장이 참이라는 사실이 벅차오른다. 참고로 토요일에 보고서 온몸에 소름 돋은 게 이 파트였다. 


어떻게? 일렉을 칠 생각을 했지? 


기타를 친다는 건 알았는데, 그게 일렉일 줄 몰랐다. 앉아서 통기타 치면서 노래 부를 줄 알았다. 진짜, 통념을 깨부순다. 하얀 옷을 입어서 천사를 표방한  아이돌이, 팀 내에서 가장 마르고 하얀 사람이 되게 멋있게 생긴 일렉기타를 치는데 잘 친다. 


중요한 건, 잘한다는 사실이다. 노래랑 너무 잘 어울리고, 콘서트장 장악한다. 그리고 나는 몇년 전부터 구상했던 아이돌 소설 속 주인공한테 일렉기타 치라고 하고 있고요. 뭐 어때, 그냥 쳐보는 거야. 영감 파바박 받고요. 


콘서트에서 총 5번 정도 세션이 나뉘고, 그만큼 옷도 많이 갈아입는데 개인적으로 첫 번째 세션이 가장 좋았다. 다들 흰 드레스에 하얀 워커를 신었는데, 강하다. 가까이서 보면 마르고 체격도 작을 사람들일 테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에너지가 엄청나다. 



https://youtu.be/iirh6qh16l0



3. 카리나는 신이라는 소문이 돌던데, 혹시 아르테미스?


콘서트를 보는 내내 카리나한테 눈이 갔다. 퍼포먼스 역량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기본적으로 힘이 좋은 사람이다. 분출할 수 있는 자기 에너지가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예전에는 힘은 좋지만, 아직 컨트롤할 게 많다고 느껴졌다. 이제는 본인의 힘을 컨트롤하게 된 것 같다. 힘이 좋은데 조절까지 잘하니까 무대 장악력이 엄청나다. 


예전에 TV 나왔을 때도 운동하는 거 좋아한다고 하던데, 이래서 코어가 중요하다! 작은 키가 아닌데(168cm) 온몸을 휘두르는 춤이 너무 잘 어울렸다. 그 에너지를 사방팔방 분출하는 게 좋다.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부단히 노력했을 것을 생각하니 괜히 감동받는다. 사실 그 재능이나 성과, 노력의 결과물은 내 것은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남이지만, '남모르게 노력했을 그 시간과 마음'을 떠올리면,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성장하는 사람을 지켜본다는 사실만으로 에너지를 받을 때가 있으니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의도한 것인지, 하얀 드레스에 워커를 신었는데, 정말 '신'을 컨셉으로 잡았나?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어울리는 신은 '아르테미스'. 곱슬거리는 긴 머리를 펄럭이며, 두 주먹과 발을 휘두르며, 자신의 존재를 밝힌다. 언제나 하얀 옷을 입고 다니고, 지나는 길마다 아마, 에너지가 새로 솟아날 것이다. 예쁜 것과 별개로 건강과 에너지를 표출할 수 있는 아름다움. 


개인적으로 첫 번째 세션이 매우 강렬했다. 특히 girls랑 aenergy에서 댄스브레이크, 카리나 파트는 굉장히 좋아하게 됐다. 그날 이후, 나는 에스파 노래를 원래 음원으로 듣지 못한다. 콘서트 버전만 듣고 있다. 





4. 기대되는 미공개 수록곡들


그런데 다음 날, 오히려 다른 노래들도 계속 생각났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이슈가 되면서, 에스파의 2월 컴백이 밀렸음을 뉴스만 봐도 알게 됐다. 그 마음을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이해할 수 있다. 나도 올해 런칭이 되는 건가, 아닌 건가 생각하다 보면 스트레스받을 수밖에 없는데, 컴백이 밀리다니. 런칭날짜 다 잡혔는데 밀렸다고 생각하면..... 진짜 최악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래도 그 시간 동안 마음 잘 잡고 콘서트 연습을 열심히 했다는 사실이 티가 났다. 무엇보다 미공개 수록곡들이 다 좋았다. 7곡 정도 공연한 것 같은데 (이것만 봐도 컴백 후 예정된 콘서트였음을 알 수 있다...), SM이 자신 있는 이유가 있구나, 고개 끄덕이는 것이다. 


언제 나와도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에 가장 충실할 때, 자신감이 흘러넘친다. 아이돌 그룹의 기본은 무엇인가? 곡이 좋고, 아티스트가 잘한다. 이거면 되지 않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잘하자 S*!)


나는 노래 하나 주구장창 듣는 타입인데, 요즘 미공개 신곡 중

글 쓸 때 자주 듣는 노래 
- salty & sweet
- thirsty
- don't blink

트레드밀 위에서 달리면서 듣는 노래 
- hot airballon & 예삐예삐 & yolo 리믹스

 

https://youtu.be/w5Y6FtngQ1w






에스파의 첫 콘서트 HYPER LINE에서 SM은 회사의 가장 큰 산업동력이자 주요 IP를 거침없이 뽐냈다. 자신들의 기획력이 맞았고, 이를 실행할 자본이 있었으며, 기술까지 갖췄음을 말해주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십여 년 전부터 그렇게 하고 싶어 하던, 가상현실 콘서트가 진짜 코앞에 와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4세대 포문을 연 아이돌은 새로운 차원의 콘서트를 한다. 그룹의 다음 성장이 궁금하고, 기회가 되면(=내 자리가 있다면) 다음 공연도 직접 가보고 싶다. 


그때도 어린 사람들 옆에서 부끄러워할 내 모습을, 꾹꾹 누를 만큼.





덧. 


to.  sm

2022년 UN에서 공연한 수츠 & 셔츠 넥스트 레벨은 언제 풀어줄 건지, 조금 궁금한데요? 흰 셔츠에 슬랙스라니? 30대 직장인들은 환호할 거라 예상합니다.  



https://youtube.com/shorts/YfsaNRjbzn4?feature=share





자료출처: 내 휴대폰, SM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에스파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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