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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연필 Jun 08. 2022

마법이 된 바램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맨’을 보고

디즈니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맨’ 중에서


우리에게 웃음과 밝은 여운을 건네는 애니메이션 회사를 하나만 꼽으라면, 누구나 '디즈니'를 떠올릴 것입니다. 제게 디즈니는 똑똑한 모범생이자 때로는 상상력 가득한 악동처럼 다가오는 느낌이 있습니다. 디즈니의 장편 작품 상영에 앞서 함께 관객에게 소개하는 단편 애니메이션들은 이러한 디즈니의 악동 같은 면모를 재치 있게 증명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의 2012년도 단편 애니메이션, '페이퍼맨'은 짧은 단편임에도 미소를 머금게 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락실 게임기 속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다룬 '주먹왕 랄프'의 상영 전 관객에게 소개됐던 이 작품은 어쩌면 본편인 주먹왕 랄프만큼이나 흥미롭게 다가오는 인상을 줍니다.

이 작품은 흑백의 고딕적인 분위기에 대사 없이 주변의 음향과 음악으로만 구성된 무성영화적인 구성을 띄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품의 주연은 간단명료하게도 전철을 기다리는 젊은 두 남녀뿐입니다.

작품의 이야기는 간결하고도 명쾌하게 다가옵니다. 여느 때처럼 지루한 직장에 출근하기 위해 전철을 기다리던 남성은 우연히 자신과 비슷하게 서류를 손에 쥔 여성을 만나게 되고, 바람결에 그만 자신의 서류에 그녀의 빨간 입술 자국이 묻게 됩니다. 이러한 광경에 두 사람은 어색한 듯 서로를 향해 웃어보지만, 결국 다른 방향으로 전철을 타야 했던 두 사람은 그렇게 멀어지게 됩니다. 사무실에 들어와 빼곡하게 쌓인 서류더미를 멍하니 바라보던 남성은 반대편 건물에서 아까 마주쳤던 입술 자국의 여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용기를 내 그녀가 자신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행동하기 시작하게 되고, 그 행동은 바로 자신의 서류 종이(!)를 종이비행기로 접어 그녀가 있는 건물 쪽으로 날려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산처럼 쌓여있던 종이들을 사용해 모두 사용해 날려 보냈지만, 그녀에게는 전혀 닿지 못한 채로 시간은 흘러갑니다. 어느새 남은 종이라고는 아까 그녀의 키스 자국이 묻은 종이 한 장뿐이었고, 남자는 그녀에게 보낼 마지막 종이비행기를 접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바람에 의해 실수로 종이비행기를 놓친 남자는 결국 자신의 행동에 후회하듯 허망한 표정만을 드러냅니다.

남성의 용기는 헛된 것이 아니였는지, 그를 위로하듯 자그마한 마법이 일어납니다. 남자가 수없이 접어 날렸던 비행기들이 그의 몸을 감싸며 마치 길잡이처럼 남성을 어디론가 이끌어 가게 됩니다. 그리그 키스 자국이 묻어있던 종이비행기 역시 그녀의 눈앞에 다가오더니 이에 흥미를 느낀 그녀를 어디론가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마법처럼 두 사람은 무수히 많은 종이비행기들에 둘러싸여 처음 만났던 역에서 재회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미소를 건네며 한 걸음씩 가까이 다가갑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마치 연인처럼 이야기를 나누며 인연을 이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판타지처럼 다가오는 이야기지만, 이러한 마법 같은 순간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행했던 '용기'라는 면모가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들 각자가 절실히 원한 바람이 결국 이루지 못한 결과일지라도, 그러한 노력의 행보는 존중받고 격려받을 가치가 있음을 '페이퍼맨'은 새하얀 종이비행기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단순한 사랑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누구나가 지닌 바램과 이를 향한 도전의 모습을 자상히 응원하고 보듬어주는 매듭처럼 다가온 작품.

절실한 바램이 환한 마법이 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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