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사이시 조의 ‘Summer’를 듣고
영화라는 매체에서 음악은 언제나 중요한 역할로써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음악을 배제하는 사례도 적지 않으나, 많은 경우에는 영화에서 음악은 작품 속의 인물 혹은 상황에 보다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요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음악은 영화라는 매체 안에서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에도, 우리가 곧 개봉되는 영화에서는 보통은 영화 음악에 대한 광고를 접하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여러 영화는 홍보 마케팅을 위해 출연한 주연 배우 혹은 참여한 감독의 명성으로 작품을 홍보하는 편이 대다수로, 음악 감독에 대한 홍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일부 영화들은 작품의 음악을 담당한 작곡가의 이름으로 홍보를 함께 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음악 감독의 이름으로 홍보하는 사례의 경우, 크게 3명의 작곡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시네마 천국, 미션 등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작곡가 ‘엔니오 모리꼬네’, 영화 마지막 황제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음악상을 거미쥔 ‘사카모토 류이치’ 그리고 지브리 스튜디오와 오랜 협업으로 대중에게 무수히 많은 음악을 들려준 ‘히사이시 조’ 일 것입니다.
오늘은 ‘히사이시 조’의 음악인 ‘Summer’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그는 지브리 스튜디오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함께 10편의 작품으로 대중에게 자신의 음악을 소개하였습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 ‘모노노케 히메’,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각기 다른 장르에서도 그의 음악은 언제나 찬란히 빛났으며, 많은 관객이 여전히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기억하는 이유 중 하나는 분명 히사이시 조가 빚어낸 음악들이 그중 하나일 것입니다.
여기에 재미있게도, 히사이시 조는 애니메이션 장르뿐만 아니라 상업영화에서도 부지런히 활동을 하였는데, 실사영화에서 그의 영화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질 수 있게 된 것은 일본 영화의 거장 감독, ‘기타노 다케시’와의 협업이었습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영화는 흔히 ‘다케시 블루’라는 단어를 통해 소개되곤 하는데, 이는 많은 경우에 적막한 푸른 바다의 이미지를 감독 자신의 영화에 자주 투영하기에 붙여진 별명일 것입니다. 그의 영화 세계는 언제나 폭력과 허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인간 앞에서 냉정하게 관여하지 않는 바다의 모습은 그의 영화에 언제나 어울리는 테마로 보이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 기타노 다케시의 작품 중 밝은 의미로 눈에 띄는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기쿠지로의 여름’이라는 작품일 것입니다.
기존의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어린 남자아이 ‘마사오’가 주인공이며, 마사오는 이웃 아저씨(기타노 다케시 본인이 연기한!)와 함께 자신의 생전 본 적 없는 친모를 찾아 떠난다는 이야기를 품은 이 영화는 여느 때처럼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들처럼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보여주고 있음에도, 기존의 영화들과는 달리 유독 아름답고 밝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인상을 줍니다. 여기에는 어린아이의 여정이라는 소재뿐만 아니라, 바로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영화 음악의 덕도 클 것입니다.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속 타이틀 곡인 ‘Summer’는 제목 그대로, 여름의 향기를 품고 있는 음악입니다. 영화 속 처음에는 서로 어색해하는 마사오와 아저씨의 관계가 점차 시간이 지나며 친구 혹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처럼 다르게 느껴지는 모습은 이 음악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웃으며 뛰어노는 것이 가장 좋은 어린아이의 천진함과 낭만을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풍경과 함께 담아낸 이 곡이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본 적이 없음에도, 이 곡만큼은 선명히 기억하는 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은 올해 초에 봤음에도, 이 곡은 이미 오래전부터 듣고 있었기에 이 음악이 지닌 아름다운 추억의 힘은 분명히 여전히 또렷이 남아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다가 지닌 낭만, 아이가 품은 천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