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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튜디오 읽음 Aug 01. 2024

불편한 필름 카메라

카메라 이야기



몇 년 전부터 필름 카메라 유행이 찾아왔다. 중고 어플에 필름카메라 매물이 조금씩 올라오는 걸 보니 지금은 유행이 점점 시드는 느낌이다. 아마도 사용하기 번거롭고 한 장 찍을 때마다 돈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나도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다가 3년 전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요즘 디지털카메라도 필터를 적용해서 필름느낌을 낼 수 있다. 하지만 느낌을 낼 수 있는 것이지 나는 조금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필름 카메라도 종류가 다양하다. 나는 그중에서 수동 필름카메라를 선호한다. 사진을 찍을 때 3가지 요소(조리개, 셔터속도, 감도)가 필요하다. 수동 카메라는 이 3요소(노출값이라 부른다)를 직접 알맞게 설정해서 사진을 찍는다.

노출값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져야 선명한 사진이 나온다.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서 노출값을 하나씩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카메라에 비해서 시간도 걸리고 원하는 결과물을 얻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이런 번거로운 것들이 내 취향을 자극시켰다.



필름 카메라에 들어가는 필름은 비싸다. 정확히는 비싸졌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필름을 생산했었다. 세월이 흐르며 필름 카메라의 시장이 작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필름 또한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후지, 코닥에서 범용적인 필름만 생산하고 다른 필름들을 단종시켰다. 그리고 필름을 현상하고 스캔하는 가격 또한 점점 오르는 추세다. 지방 사진관에서 현상을 맡길 경우 최소 만 오천 원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한 장 한 장 찍을 때마다 돈이 나간다. 비싸진 필름과 단종되어 구하기 힘든 필름은 사진 한 컷을 위해 카메라를 하나씩 조작하여 신중하게 찍어야 한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필름 카메라의 매력을 느낀다.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했을 적 뉴욕 여행을 다녀왔다. 남는 건 사진이라는 말에 정말 많은 사진을 찍었다. 나름 뉴요커처럼 보이고 싶어서 패션과 행동, 말투를 신경 쓰며 다녔지만 어딜 가나 사진을 찍어대는 나를 보는 찐 뉴요커들은 관광객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한국에 도착하고 사진을 분류, 보정, 편집을 했었다. 사진을 수천 장 찍어서 인지 너무 고된 작업이었다. 그리고 제대로 찍은 사진도 몇 장 없었다. 한 순간 슬럼프에 빠졌다.

사진을 찍어도 재미가 없고 흥미를 잃었다.

카메라를 잡으면 가슴이 두근거렸건만 더 이상 무엇을 찍어야 할지 모르는 사태까지 와버렸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의 필름 카메라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옆에서 종종 사용하는 걸 봤었다. 할머니가 쓰시던 카메라였다고 말했었다. 필름 카메라는 낡고, 찍기 번거롭고, 필름까지 비싸서 입문하기 싫었건만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필름 카메라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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