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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포도 Aug 23. 2022

남의 불행으로 사는 사람

사람이 참 간사하다. 남의 불행을 통해 나의 행복을 찾으면 안 된다고 배웠으면서도 나는 아직도 곤경에 처한 남을 보면서 내 삶을 축복하고 있다. 깊이 있는 인간이 되려면 아직 한참 멀었나 보다.     


두어 달 전, 대학 시절 가깝게 지내던 친구의 근황을 전해 들었다. 명문대생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했고, 잘 나가는 남편 덕분에 사모님 소리를 들으면 살고 있다고 했다. 취미는 해외여행이고, 특기는 면세점 쇼핑이라나. 남편이 해외로 발령받으면서 지금은 미국 어딘가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가 그 친구의 근황에 대한 이슈였다.      


그 이야기를 들은 후로 나는 화장실을 자주 들락거렸다. 입맛은 없는데 자꾸 배가 아팠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그런 아픔이 분명하다. 행복한 친구의 삶을 축하하지 못하고 자격지심에 휩싸인 내 모습.. 추하다.


그런데 며칠 전 대학 동기 단톡방에 그 친구의 근황이 업데이트됐다. 몇 년 전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정기 검진 때문에 1년에 한 번은 한국에 들어오는데 얼마 전 입국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 친구와 만났다는 다른 친구가 그 친구의 이야기를 전했다.     


“걔 시어머니가 글쎄..”

“왜?”

“암 환자와 사는 자기 아들이 불쌍하다고 했다지 뭐야”

“헉...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이야기 아니야?”

“그런 시어머니가 아직도 있더라. 자기 자식만 소중한 줄 아는 거지 뭐.”     


아... 왜 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것 같을까. 그 친구보다 내 삶이 나은 것 같을까. 왜 갑자기 행복한 기분이 드는 걸까. 남의 불행을 통해 나의 행복을 찾으면 안 되는데, 그렇게 나는 또 내 밑바닥을 보았다. 언제쯤 진정으로 성숙할 수 있을까. 반성해본다.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친한 변호사로부터 들었던  충격적인 이야기를 잊을 수 없다. 유명인에게 악플을 다는 사람 중 10%는 아는 사람이고, 그중 1%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라고. 그래서 악플러를 고소한 사람 중에 가까운 사람이 나를 비난하고 있다는 사실에 멘붕에 빠지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심지어는 가족, 친척이 악플러인 경우도 있단다.     


누군가도 나의 고통을 즐기고 있겠지? 내가 흘리는 눈물이 누군가에게는 환희가 될 수도 있겠지. 삭막하고 막막한 세상이다.


다시 한번 누군가의 불행에서 나의 행복을 찾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힘들어도 노력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사람은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동물이 아니니까. 그러려고 태어난 건 더더욱 아니고 말이다.


글을 마치며, 친구야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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