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와 꽃이 된 너
지난해 독립한 둘째는 바둑이도 데리고 나갔다.
보고 싶어 사무친다, 딸이 아니라 바둑이가.
작년까지만 해도 동료가 자신의 반려동물의 근황을 뉴스처럼 아침마다 말해주면
'별로 궁금하지 않은데....'
'동물이 그렇게 예쁜가?'
이해가 안 됐던 내가
요즘 회사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밤새 가족 톡방에 들어온 바둑이 사진을 보여주는 일이다.
늘 반려동물에 무심해하던 내가 아쉬웠던 동료는,
"이제 내 마음 알겠지?" 하며 웃는다.
뭐든지 자신이 겪어봐야 안다는 진리가 여기서도 또....
쉬는 날이면 딸네 집에 가서 바둑이와 놀다 온다. 현관 쪽으로 걷기 시작하면, 어찌 알았는지, 세탁실 창문으로 호기심 많은 얼굴을 내민다.
"바둑아!"
"엄마! (난 그렇게 들린다)"
바둑이는
내 다리에 얼굴을 비비며
나의 빈자리가 컸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내 다리에 얼굴을 비비다 벅차면,
벽에 머리를 살짝 부딪히며 몸을 웅크려 나를 올려다본다.
"오늘은 뭐 갖고 왔어?"
구운 호박을 내려놓으며,
푹풍질문을 한다, 엄마 보고 싶었어? 밤새 잘 잤어? 아침은 잘 먹었어?
댓구는 개뿔, 골골송을 부르며 호박만 먹는 바둑이의 엉덩이를 토닥거린다.
바둑이와 놀다 돌아오는 길, 딸의 메시지를 받기도 한다.
"엄마 갔어?"
아차! 재택근무하는 딸한테 간다는 말도 안 하고 바둑이와 긴 안녕만 하고 집을 나왔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새끼 고양이 소리가 들리자
바둑이는 화면을 물끄러미 보더니, TV 뒤로도 가보며 뭘 찾아다니는 듯했다.
아마 알뜰히 보듬고 수유하던 아기들이 하나하나 없어지더니, 너만 달랑 남았던 그 날이 생각났겠지.
자신도 아기나 다름없는데,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달고 입양을 왔던 너는,
멀리 간 아가들이 그립고,
아팠겠지.
바둑아, 엄마가 무얼 해줄까.
오늘도 넌 멀어서 내 마음이 너에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