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매미가 울었다. 뜨겁게 하루를 녹이던 열기, 아스팔트 위에서 울컥울컥 떠오르던 환영은 이미 지나버린 과거였다.
맴 맴 맴
맴 맴 맴
매미가 울었다. 시간이 왜곡됨을 느끼고 있었다. 천장이 기울고 있었고 지겨운 계절은 그렇게 나와 그녀를 한 곳으로 몰아넣었다. 그때 나는 스무 살이었고 그녀는 스물하나였다. 이 나이엔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지만, 파도는 자연히 밀려왔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맴 맴 맴
맴 맴 맴
매미가 울었다. 우는 이유를 설명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를 처음 만난 곳은 도서관이었다. 햇살이 사람들을 그늘로 쫓아냈다. 나도 뭐, 별수 없어 쫓겨나 도서관으로 몸을 숨겼다. 책은 아무 말이 없었지만, 그토록 시끄러운 것이 또 없었다. 그중 가장 말이 많던 고전문학 코너에서 클라인바움의 ‘죽은 시인의 사회’를 꺼냈다. 책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현재를 즐겨라, 인생을 독특하게 살아라!’ 문구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던 그때 뒤에 서 있던 그녀가 말을 걸었다.
“죄송해요, 거기 책 좀 꺼낼게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을 때, 햇빛이 뒤편 유리창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또 무엇을 이리로 쫓아내고 있었다. 그녀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눈이 부셔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단정히 묶은 머리와 어깨를 덮은 흰 블라우스가 그토록 고요하고도 치명적이었다.
“아... 네... 죄송해요.. 꺼..내세요...”
어버버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책을 골랐다. 그녀가 고른 책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이었다. 그 책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여름에 태어난 사람은 여름에 죽는데. 아아 그게 아니라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녀는 나를 슬쩍 보고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때 다시 말을 건네지 못한 것을 잠들기 직전까지 후회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운명이란 인간의 무능함을 끈질기게도 용서해 주는 법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다시 만났다. 아니 몇 번이고 다시 마주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몇 번이고 후회를 반복했다. 내게 먼저 말을 걸었던 건 그녀였다. 그녀는 언제나 나보다 용감했고 언제나 나보다 앞서 있었다.
매미가 울던 날 그 사이에 걸린 울음을 반찬 삼아
우리는 서로를 비웃었다.
그 해는 전부 투명해 숨길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20XX. 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