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28
어제부터 갑자기 세상이 흰 백지로 변했다. 멀리서 보면 아름다움의 극치인 雪景, 하지만 뭐든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걸까.. 밖으로 나가자마자 발을 디딜 곳이 없었다. 도로의 차들은 헛바퀴가 돌고 여기저기서 사고가 났다는 알림 문자가 연달아 날아왔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을 넘어 마천루였지만.. 이제는 정말 신춘문예가 코 앞이 아니라 콧구멍까지 다가왔기 때문에 늦장을 부릴 수 없었다.
눈을 헤집고 첨벙 푹 푹 후 후 마치 남극 다큐멘터리 한 편을 찍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힘겹게 스타벅스로 들어왔을 때 정말 스타벅스는 천국 그 자체였다. 따스한 온기와 이상하리만큼 편안함.. 추운 날씨 탓에 코가 루돌프처럼 빨개졌지만 일절 고민 없이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원래 이렇게 눈이 오고 추운 날씨에 아이스를 먹어야 더 맛이 나는 법이다. 음음!!
예전에도 말했었지만, 내가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이유는 도서관이나 스터디 카페 같은 곳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불편하다. 자유로운 분위기의 카페가 오히려 더 집중이 잘되는 편이다. 그래서 카페를 자주 이용하는 편인데, 싸고 좋은 카페 같은 경우에는 공간이 협소하거나 음료를 주기적으로 시켜도, 하도 저렴하다 보니 눈치가 보인다.
또한 개인 카페와 다른 프랜차이즈 같은 경우는 솔직히 스타벅스와 특별한 차이를 모르겠다. 요새 하도 물가가 오르다 보니, 오히려 할인 이벤트와 버디 패스 등 같은 여러 프로모션이 있는 스타벅스가 다른 곳 보다 가성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스타벅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정말로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여기서 난동을 부리지 않는 이상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또 하나로 스타벅스는 어디에나 있다. 나는 낯선 장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나에게 스타벅스는 최적이다. 낯선 도시, 언제 어느 곳을 가더라도 지도를 켜고 스타벅스를 찍으면 근처에 있다.
최근에 롯데 타워가 담보로 나왔다는 뉴스를 봤다.. 설마 스타벅스 점포가 줄지 않을까.. 걱정된다.. 나 같은 가난뱅이 몽상가들에게 스타벅스는 유일한 폼을 낼 수 있는 장소인데.. ㅠㅠ
오늘 사실 계속 딴생각만 하고 있다. 이게 다 신춘문예가 콧구멍을 계속 간지럽혀서 그렇다..
더 나은 내일을 살고 싶다. 그런데 요새 더 낡아지기만 하는 것 같다. 이대로 괜찮을까.. 스스로 의문이 든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다. 포기하고 싶지 않고 포기하기 싫다. 초라하지만 이런 게 내 전부다.
요새 느끼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어쩌면 곧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작은 등불이 되어 줄 글. 그런 글을 이제 곧 쓸 수 있을 것 같다. 조금만 더 속에 든 부스러기들을 털어내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내가 지금 뭘 적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근데 다시 쓰기 너무 귀찮다.. 신춘문예 시를 고르러 가야 된다. 내일 우편을 보내야 되니까. 근데 커피를 다 먹었다. 왠지 모르게 춥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다시 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