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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지석 Oct 31. 2024

[브런치 표류기] 7일차

00 답게 살고 싶다.

종이 위로 획을 그었을 뿐인데, 목덜미가 검게 그을린다. 

너는 여기에 없는데 목소리가 들린다.

전부 그만둘까 했지만, 그만둘 것이 없었다.

하루를 비워둔 적이 없는데 온통 공백뿐인 건 

어떤 병인지... O 선생님을 다시 찾아야 할 때인가 싶다.


시간은 여전히 말이 없어 죽이기 편했고

하루는 여전히 숨이 없어 죽기 편했다.


구멍 난 지갑에 구멍 하나 더 뚫던 오후

어머니가 짠한 눈으로 나를 보시며 말하셨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니?"


그만둘 것이 없어 그만둘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기 곤란해 소리를 지르고 밖으로 달렸다.

10월, 푸르던 잎이 마르고 바래져 부서지던 계절

그 옆에 누워 나도 부서지기를 바랐던 날.


3년 전 떠난 네가 저 위에서 보인다.

그때처럼 순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너는 나를 떠날 때, 이렇게 말하고 등을 돌렸다.


"이제, 그만하자."


사라진 것들은 결국 무언가로 덮어진다.

펜을 손에서 놓으면 결국 다시 뭘 잡게 될 것이다.

뭐라도 잡게 될 것이다.


그게 차가운 펜일지

그게 무거운 줄일지

모를 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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