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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Oct 25. 2023

직장인에게 교육이란...

오늘 6급 핵심인재 양성과정 독서토론에 보조강사로 다녀왔다. 독서모임에서 하루 이만보를 걷는 선배님이 강사로 데뷔를 하시는 날이기도 했다. 누군가의 첫걸음에 함께 한다니 덩달아 설레었다. 지하철역에서 강사님과 이웃 선배님을 모시고 연수원으로 출발했는데 내비가 평소에 다니던 길이 아닌 길로 나를 인도하였다. 내비가 알려줘도 경로 이탈을 잘 하는 터라 첫 출발을 내딛는 강사님을 지각하게 할까 봐 바싹 긴장했는데 다행히 잘 도착했다.


연수원은 세 번째 방문인데 갈 때마다 기분이 좋다. 매일 반복되는 익숙한 출근길을 벗어나 쭉쭉 뻗은 인천대교를 달리는 기분도 좋고 영종도로 들어서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마치 연수생이 된 것처럼 업무 생각은 벌써 저만치 사라진다. 독서토론 테이블 리더로 참여하기에 가벼운 마음인 나와 달리 강사로 데뷔하시는 선배님은 긴장감이 가득하셨다. 그런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특유의 편안함을 무기로 침착하게 분위기를 이끄셨다. 남들이 뛸 때 무리해서 뒤쫓아 뛰지 않고 자신만의 속도로 걸으셔서 본인에게 맞는 '걷기' 강사가 되셨다.


'걷는 사람, 하정우' 독서토론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해서 걷는 이야기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교육생 나이대가 대부분 사십대 이상이라 그동안 방치해 온 건강에 관심이 생길 때이기도 했다. 분임별 독서토론이 시작되자 본인의 사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보따리가 펼쳐졌다. 사이클을 타시는 분, 덩달아 구입한 사이클을 당근에 팔려고 하시다 오늘 마음을 돌리신 분, 점심시간에 연수원 뒷산을 오르시는 분... 웃음도 나기도 하고 귀가 솔깃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보조강사로 두 번째 참여하는데 한 달 반 사이에 강의실 공기가 가벼워진 게 느껴졌다. 첫날엔 수강생분들이 마음을 열고 본인 이야기를 꺼내는 걸 어려워하셨는데 오늘은 스스럼없이 대화가 오고 갔다. 조별 발표를 하신 분들도 다들 성심성의껏 발표를 하셨다. 긍정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일터에서 벗어나 연수에 집중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고 말로 표현해 보는 기회가 많아서 마음속에 꽁꽁 숨어있던 잠재력이 표출된 게 아닐까!


나도 마음을 표현하는데 서툰 사람이었다.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그랬다. 그 당시 남편은 승진 시험 준비로 일 년을 고시생처럼 살았다. 자연스럽게 살림과 육아를 도맡았다. 새로 발령받은 학교는 내 역량에 소화하기 힘든 공사에 감사까지 치러내야 했다. 어차피 남편이 바쁘니 나도 일을 배울 겸 업무 고시생이 되기로 마음먹고 야근을 하고 주말에도 학교로 향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쌓일수록 몸과 마음에 불균형이 일어났다. 누가 톡 건드려도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새싹이 돋아나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불자 밖에 나가서 걷기 시작했다. 조금은 살 것 같았다. 몸에 활기가 생기니 책을 다시 손에 잡고 싶었다. 함께 나아갈 사람을 찾다가 사내 독서모임에 발을 들였다. 그곳에서 내 안에 쌓인 말을 꺼냈다. 일상에서 나누기엔 뭔가 오그라드는 말을 꺼낼수록 실타래처럼 엉켰던 회로가 펴졌다. 백지에 내 마음을 써 내려가면서 얼굴이 환해졌다. 잊고 살았던 성찰의 순간을 만끽한 터였다.


직장인의 삶이란 일만 하다 보면 자칫 업무 감옥에 갇히게 되는 것 같다. 비록 업무 노하우는 늘지라도 일 쳇바퀴만 돌리다 보면 나를 잃어가게 된다. 이 순간 직장인에게 특효약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장소에서 다른 공기를 마시면서 머리와 가슴을 환기시키고 어색하더라도 말과 글로 쓰면서 성찰의 기회를 주는 것이다. 어린아이가 말을 배우는 것처럼 직장인에겐 마음을 표현하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일과 교육의 균형이 잡힌 직장인 세상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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