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가 흐르는 밤
연수구립전통예술단 '연년익수 갈 그리고 결'
지난주 업무 게시판에서 '연수금요예술 무대' 행사 홍보 글을 발견했다. 연수구립 전통예술단 정기공연이 연수 아트홀에서 열린다는 소식이었다. 연수구 능허대축제에서 판굿을 인상 깊게 보고 나서 전통예술 공연이 있으면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기에 바로 신청했다.
딸에게 공연을 보러 갈지 말지 의향을 물으면 안 간다고 할 것 같아서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사춘기에 접어들더니 본인이 가고 싶은 곳만 따라나선다. 좋은 공연은 딸에게 보여주고 싶고 함께 가고 싶다. 문화를 보고 즐기는 사람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어미의 마음이랄까.
퇴근 후 남편과 딸과 공연이 열리는 연수아트홀로 향했다. 이른 저녁인데도 벌써 날이 어둑어둑해지고 겨울밤 차가운 공기에 몸이 움츠러들었다. 공연을 예약한 나조차도 집으로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연수 아트홀에 들어서니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왠지 공연이 꽤 괜찮을 것 같았다. 잠시 후 "연년익수 갈 그리고 결" 공연이 시작되었다. 한 해가 가는 것은 아쉽지 가을에 결실을 맺고 겨울을 지나 또 다른 희망의 내일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공연이라는 예술감독님의 글귀가 마음에 와닿았다.
1부는 전통악기와 정통 재즈 연주가 어우러진 무대였다. 전통음악과 재즈는 색깔이 다른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함께 연주하니 더 풍부하고 감미롭게 들렸다. 파워풀한 장구와 북소리와 섬세한 재즈 기타의 콜라보가 이색적이었다.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곡이 연주되는 순간 공연장이 크루즈 연주홀처럼 보였다. 'Stand by me'를 들으니 이번엔 자유로운 세상이다. 타이타닉호에서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기분이 이해되었다. 감미로운 음악 때문이지 않았을까?
2부는 연희 놀음 "판" 공연이었다. '양반춤'은 처음 보는 장르였는데 꽤 파워풀하고 흥이 났다. 옛 시절 선비들의 풍류가 느껴졌다. 순간을 즐기고 표현할 줄 아는 이가 진정 멋쟁이가 아닐까. 공연은 신명나는 '판굿'으로 막을 내렸다.
공연이 끝난 후 딸에게 공연이 어땠냐고 물었더니 손뼉을 너무 많이 쳐서 아플 정도라고 했다. 표정이 밝았다. 사춘기라 표현을 아꼈지만 공연이 꽤 만족스러웠나 보다. 다음 정기공연이 열리면 또다시 오기로 했다.
오늘 장구와 북을 치는 파워풀하면서도 정교한 손놀림이 인상적이었다. 악기를 연주할 때 음악가는 어떤 기분이 들까? 나도 언젠가 악기를 배워보고 싶다. 악기를 연주할 때 몰입과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도 현악기 종류를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오늘 공연은 우리에게 또 다른 꿈을 심어주었다.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귀와 느낄 수 있는 가슴이 있다면 삶은 풍요로워진다. 더 나아가 악기를 연주할 수 있다면, 감정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복잡한 세상살이 속에서도 희망과 위안을 품고 살아갈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