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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향기 Oct 09. 2023

풍물소리를 들으며

연수 능허대 문화축제를 다녀와서


청명한 하늘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축복받은 가을 날씨에 삼일 연휴 내내 집에만 있기엔 왠지 아쉽다. 남편이 오전에는 출근해야 해서 가까운 곳으로 산책하기로 했다. 집에서 지척인 송도달빛축제공원에 갔더니 "연수 능허대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제주는 한라문화제가 한창이라 하던데 지역마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인가 보다.


축제장으로 들어서니 건강관리부터 전통체험까지 다양한 부스가 마련되어 있었다. 딸은 물레를 돌려 연필통을 만드는 도자기 체험을 하고 아들은 전기자전거 페달을 돌려 솜사탕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한쪽에선 연수구 동별 한마음 체육대회가 함성 속에 열리고 있어 잠시 구경했다. 신도시 한복판에서 정겨운 풍경이 흘렀다.


축제인데 먹거리가 안 보여 이상하다 싶었는데 축제장 중간쯤에서 소박한 먹거리 장터를 찾을 수 있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지. 축제엔 역시 파전을 먹어줘야 한다며 맛있게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구성진 풍물가락이 들려왔다.


흥겨운 풍물가락 소리에 이끌려 가보니 풍물놀이가 열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북, 장구, 꽹과리, 징, 나발, 태평소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춤사위를 보고 풍물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절로 경쾌해지고 흥이 났다. 사람들이 모여들고 흥이 무르익을 때쯤 공연의 막이 내렸다. 몇십 명이나 출연한 대규모 공연이었다. 신명 나면서도 어우러진 소리를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왔다.


이어서 무대에서 백제 사신 이야기를 주제로 연희극이 열렸다. 전통 뮤지컬 같은 분위기였다. 구성진 민요 가락과 시원한 목소리와 춤 동작에 마음이 뻥 뚫리고 흥이나 자리를 잡고 앉았다. 공연을 관람하는 이들은 대체로 중장년층이었다. 얼굴에 다들 미소가 가득했다. 나와 남편,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 딸아이는 흥미로워했는데 사춘기 아들이 자꾸만 가자고 보채서 아쉽게도 다 보지는 못하고 나왔다.


우연히 들린 능허대 문화축제에서 잊고 살았던 풍물소리를 들었다. 잠자고 있던 혼을 불러일으키고 저절로 흥이 나는 소리였다. 풍물소리는 일상이 아닌 축제장에서만 듣게 되는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배울 수 있는 학원은 많은데 장구나 꽹과리 같은 전통악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음악을 가까이하고 싶어서 가끔 공연장을 찾는데 오케스트라 공연이 대부분이다. 길거리에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도 우리 음악을 알리는 소식은 보기 힘들다. 물론 오케스트라 음악을 들으면 울림이 크고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음악이 주는 선물은 자연만큼이나 경이롭다.


다만, 공연 리스트에 우리 가락 공연도 어우러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에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면 잊히기 쉽다.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어야 배움의 기회도 늘어나리라 본다. 풍물소리 한가락이 신명 나는 일이 별로 없는 현대인들에게 큰 위로와 힘이 되지 않을까.

소중한 무형자산이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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