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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한 일을 마음먹은 만큼 마무리하지 못해서 고민이에요

꾸준함이라는 역량

by 루체

내가 근무하는 회사에서는 1년에 한두 번, 3~4개월가량 근무하게 되는 "체험형 청년인턴" 제도를 운영한다. 짧은 기간이나마 실무에 대한 경험을 쌓기 위해 근무하러 오시는 분들을 보면 취업준비를 하던 내 지난 시절이 떠올라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그분들께 일적으로 제법 적지 않은 도움을 받기 때문에, 근무기간 동안 한 두 차례는 개인적으로 꼭 따로 식사를 대접해드리고자 한다. 이번에 근무하게 된 인턴분은 6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함께 고생하게 되었다. 근로계약기간이 2주 정도 남은 즈음, 그동안의 도움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사실 업무 상 직접적으로 내가 맡은 일을 할당해 주거나 협업할 일은 많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과거의 내 모습이 많이 투영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과거의 고생했던 나에게 별거 아니지만 따뜻한 밥 한 끼를 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대부분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그렇듯, 회사 근처에 식당으로 가서 국수 한 그릇씩을 마시듯이 해치우고 식당 인근의 카페로 향했다. 그동안의 간단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담소를 나누던 중, 인턴 분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저는 늘 무언가 중요한 일을 준비할 때, 의욕 넘치게 시작한 반면 마무리하는 능력이 부족해요. 시험을 준비할 때나 대학 졸업과제를 준비할 때도 준비를 시작할 당시에는 열정도 넘치고 하루하루 열심히 해나갔던 반면 마지막엔 힘이 빠져서 흐지부지, 하는 둥 마는 둥 마무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이런 제 단점을 고칠 수 있을까요?"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기에 좋은 대답을 해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었으나, 인턴분은 아마 그동안 지켜봤던 나의 모습을 보고 내가 경험한 것을 기반으로 한 답변을 원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침 나 스스로도 이를 해소한 경험이 있었기에, 답변을 주는 데에는 단 5초도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어찌 보면 모순적인 답변일 수 있으나, 내가 그분께 드린 답변은 "그동안 한 번도 마무리까지 최선을 다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인 것 같아요."였다. 마무리를 잘하지 못해서 어찌하면 잘할 수 있을지 물었던 질문에 대해 마무리를 잘해본 경험이 없어서 여태껏 잘하지 못한 것이라니... 지금 되돌아봐도 바보 같고 잔인한(?) 답변이기도 하다. 물론 이에 이어 몇 가지 세부적인 행동요령이나 습관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으나, 무엇보다 마음가짐과 목표의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었다. 또한, 당시에는 특정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여정임에 불과할 수 있으나, 최종까지 최선을 다한 경험은 남은 생에 있어서 큰 자산이 된다는 점까지를 가장 먼저 설명해주고 싶었다. 한 번만 해내게 되면 그 경험은 내 자산과 무기가 되어 앞으로의 삶에 큰 양분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나는 공부를 크게 하지 않아도 제법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었고, 때문에 몇 년 간 아주 제대로 방심하게 되었다. 그 결과 고3이 되었을 땐 성적이 크게 떨어졌으며 N수생들과 함께 경쟁하게 되는 탓에 목표로 했던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였다. 비록 1년 남짓의 시간이었지만, 쉬는 시간 10분, 점심식사 후 휴식시간 40분까지 활용하며 시간을 쪼개고 학업에 매진하였고, 그 결과 최초 목표로 한 대학엔 가지 못했지만 지역에서 나름 나쁘지 않은 학교/전공에 입학할 수 있었다. 당시 내 마음가짐은, "하늘이 불쌍할 정도로 열심히 하루하루 매진한다면 불쌍해서라도 내 소원을 들어줄 것이다."였고, 지치고 힘들 때마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이 문구를 되새기며 한 번, 한 번 고비를 넘겨갔다. 차이는 거기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든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는 일을 할 때면 아무런 고통이 없다. 아주 흥미로운 일을 하거나, 어떤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기 시작하는 초반부에는 긍정적인 감정만 들기 마련이다. 하나,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을 억지로 해야 될 때라던지, 관심이 있었던 일에 대해 제법 깊이 있게 파고들게 된 이후에는 돌연 재미가 없고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이때 찾아오는 고비들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단계들을 넘어서는 과정에서 흥미를 잃거나 그만두게 된다. 때문에 이런 순간들을 이겨내는 것이 실력이자 경쟁력이 된다. 우리는 그 고통들을 이겨내는 역량과 마음가짐을 "꾸준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있어서 꾸준함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다른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핵심적이다. 꾸준함이라는 도구는 한번 얻게 되면 삶의 모든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이것을 얻는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게 된다면 조금이라도 가질 수 없으며 중간 보상 또한 없다. 반드시 끝이 나야 얻을 수 있으며, 끝이 나야 그것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달을 수 있다.


가끔 주변에서 심지가 굳고 단단한 사람, 주관이 뚜렷하고 행동에 확신이 있는 사람, 맡은 일에 대해 끝까지 책임지고 잘 마무리하는 사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보이는 만큼의 고통을 이겨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보게 된다면 존경심뿐만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동안 감내한 고통과 괴로움에 대한 위로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가진다면, 목표를 끝까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지금보다는 더 가깝게 느껴질 것이다. 현재 겪고 있는 의문과 어려움에 대해서 나에게 질문해 준 인턴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나에게 질문해 줘서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하시게 될 모든 일들에 응원과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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