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봉쇄 그 후 1년

피로스의 승리

by 안나


2023년 3월 18일

버려진 핵산 검사 부스, 빛바랜 코로나 주의 사항 안내 스티커만이 지난 3년 동안 중국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느끼게 해 줘요. 출근하는 것보다 더 열심히 가야했던 핵산검사 부스는 이제 강아지들의 놀이터가 되었어요.

중국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코로나라는 단어도 들을 수 없어요. 13억 명의 기억에서 3년 동안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있었던 일과 고통은 몽땅 싸서 스페이스 X의 위성에 실어서 달나라로 보내 버렸나 봐요.


모두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살아요. 언제는 코로나에 걸리면 죽을지 알아라 하면서 절대 걸리면 안 되는 불치병처럼 모두를 제로 코로나 정책의 감옥에 가둬 놓더니 언제는 빨리 코로나에 걸려라, 너는 왜 아직도 안 걸렸니 닦달하면서 모두 위드코로나의 절벽 위로 밀어붙였어요.


전 인민이 누구나 직, 간접으로 상주가 되었고 13억 명의 인구 중 10억 명은 감염이 되면서 중국은 불과 두 달 만에 코로나 집단 면역을 속성달성했어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엔딩보다 허망하게 끝났어요.

중국의 리오프닝에 전 세계 항공, 호텔 주가가 들썩였고 러, 우 전쟁으로 도미노처럼 생기는 글로벌 공급망의 경색과 세계 경제 침체에 하늘에 내려온 구원의 동아줄이 내려온 듯 좋아했어요.


봄이 온다는 춘절이 지났고 한국보다 남쪽에 있는 상해에 여기저기 봄 느낌이 느껴져요.

이제 롱패딩이 살짝 무거워지려고 해요. <상하이 저널>이라는 교민 신문이 있어요. 상해에서 벚꽃 피는 곳에 대한 기사였어요. 전 순간 지난해에는 왜 벚꽃을 못 봤지 했어요. 제게 2022년의 봄은 없었네요. 아파트 안에 갇혀 있느라고 벚꽃이 피었는지 졌는지 꽃잎도 못 보았네요.


지난해, 3월 초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시작한 상해 봉쇄는 전 지역봉쇄 2 달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저는 75일간 아파트 안에서 흰 벽을 바라보면서 혹시나 코로나에 걸려서 격리 수용 시설로 끌려가지 않을까 두려움에 떨었어요.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제로 코로나 지옥이 갑자기 위드 코로나로 급전환되면서 코로나 소탕작전이 게릴라전처럼 진행되었어요. 저도 코로나에 걸렸어요.


2023년 3월, 이제 중국에서 코로나 이야기하는 사람도 없어요.

`피로소의 승리`예요.

고대 그리스 피로스 1세는 로마군과의 전쟁에서 여러 번 싸워 승리했지만 그리스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어요.

비록 전쟁에서 이겼지만 큰 손실이 남아 이긴 게 이긴 게 아닌 승리를 피로소의 승리라고 한다네요.


코로나라는 단어는 금기어처럼 되었고 그동안 일었던 일은 암묵적 동의로 모두의 기억 속에서 봉인되고 있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시치미 뚝 떼고 있어요. 이러다가 나중에 우리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한 적도, 상해 봉쇄를 한 적도 없다고 하겠네요.


저는 날짜 콕콕 박아서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어요.

아무도 안 읽어주고 한 권도 안 팔려도 괜찮아요.

<난중일기>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읽지는 않잖아요

종이책.jpg 올해 제가 출간한 <안나의 일기, 상해 봉쇄 75일간의 기록>

종이책 <안나의 일기>는 중국에서 살면서 북경, 상해 양대 도시에서 모두 락다운을 경험했고 코로나 정책으로 있었던 모든 전 과정을 미쉐린 레스토랑의 파인 다이닝 코스처럼 풀 코스로 경험하고 상해 봉쇄는 메인 디쉬로, 해외 입국자 격리는 디저트로 받은 제가 하는 소심한 복수예요.


당신은 기억 못 할지, 안 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기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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