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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28. 2024

타 부서사람들과의 식사시간

오늘 타 부서직원들과 식사자리가 있었다. 회사생활을 그리 오래 했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과의 식사는 아직도 어색하다. 능글맞게 친한 척하거나 적당히 분위기를 잘 맞춰주는 것이 여전히 쉽지 않다. 회사사람이 아닌 사람이면 잘 하지만 회사사람은 아닌 것 같다. 업무상 마주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여전히 이런 나를 보니 나도 참 사회생활 잘 못하는 것 같다. 


일은 잘하겠지만 인간관계는 늘 어렵다. 가끔 훅훅 예고 없이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융통성 있게 잘 넘길까? 고민이 된다. 결혼도 하지 않고 나이도 있다 보니 같이 있어도 접점도 그리 없다. 어색하지만 침묵의 시간이 길어진다. 사실 난 침묵도 괜찮은데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것 같기도 하다. 


관심은 없지만 인사치레로 묻는 호구조사를 하며 나도 마지못해 대답하고 적당한 질문을 던진다. 


회사는 나에게 사교스런 성격을 원하는 것 같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성격을 고쳐보려 했지만 그냥 이런 사람임을 받아들였다. 대신 일을 잘하자는 마음으로 하고 거기에 따른 불이익은 감수하려고 한다. 이렇게 마음을 먹으니 한결 기분이 가볍다.


어쩔 수 없이 함께 식사하게 된 잘 모르는 부서원들과의 식사 내내 뭔가 겉도는 기분이 들었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뭐 하고 떠들까? 남들이 뭐라 하든 그 사람들 자유이니 내가 어찌할 바는 아니다. 나도 편견으로 사람을 평가 하니 말이다. 


말은 돌고 돌아 결국 당사자에게 들어가게 마련이고 나도 많은 경험으로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다. 잘 못할 바에는 그냥 침묵하자가 나의 모토이다.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제 성을 내지도 않는다. 예전보다 이런 것에 담담해진 내가 참 좋다.


상사나 동료의 말 한마디에 옛날처럼 집에 가서 울거나 술을 마시거나 친구에게 하소연하지 않는다. 명상을 하거나 다른 성인들의 말씀을 들으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이런 루틴을 가지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더 이상 나의 사회성에 자책하거나 실망하지 말아야겠다. 이런 나도 나라서 참 좋다. 완벽한 사람은 없지 않은가? 이런 나를 잘 다독거려서 또 앞을 향해 나아가야겠다. 


어색한 시간이 흘렀고 그들은 또 나를 자기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이다. 그것이 돌고 돌아 나에게 들려올 것이다. 세상은 그런 것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가식이 담긴 웃음을 짓고 의미 없는 말을 이어간다. 


회사가 그런 곳이고 세상이 이러하다 넘기면 될 터인데 아직은 이렇게 만남 이후에 나만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필요하다. 


나도 안다. 나는 참 예민하고 불편한 사람이다. 그래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 제일 힘들다. 예전보다 사람구실하게 되었음에 만족을 하련다. 또 시간이 지나면 좀 나아져 있지 않으려나? 불완전하고 부족한 나를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가볍다. 


이렇게 사회부적응자는 식사자리에 기가 빨리고 혼자서 충전을 하고 있다. 이런 성격으로 돈을 벌겠다고 힘들게 버티고 여기까지 온 내가 짠하고 대견하다. 물론 대출과 금전적인 이유로 꾸역꾸역 다닌다는 말이 맞겠지만 말이다.


돈이 이렇게 무서운가 보다. 나 같은 사람도 사회생활을 하게 만들다니 말이다. 그래도 오늘 잘 해냈고 불편한 시간을 잘 지냈다. 앞으로도 이런 자리 많을 텐데 그럴 때마다 좀 더 유연해 지길 바라본다. 내가 뭐 죄지은 것도 아닌데 참 뭐라고 그러나 모르겠다. 


‘이 또한 모든 것은  지나가리라’


언젠가 나는 죽는다. 오늘 일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을 것이다. 나를 짓눌렀던 중압감과 낯섦도 모두 추억으로 남긴다. 외톨이처럼 섞이지 못한 채 혼자 맴돌던 나는 없다. 늘 혼자가 아니던가? 혼자 태어나서 혼자서 죽는다. 철저히 혼자임을 두려워하지 말자!


전화도 잘 못하던 내가 이렇게 사람들 속에 지낸다는 것이 어디겠냐? 그리고 그들도 따지고 보면 모두 속으로 외로움이 있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는가? 얼마나 진정성 있게 하려고 내가 그러나 싶다. 이것 역시 나의 욕심일 것이다. 


물에 뜬 기름 마냥 이리저리 흔들거리면서 큰 덩어리였던 내가 잘게 나눠져서 이리저리 흩어져 버리고 있다. 원래 나를 너무 많이 잃어버리지는 말아야겠다. 가끔 변해 버린 내가 정이 안 갈 때가 있다. 순수하고 모자란 것이 많던 내가 그립기도 하다. 물론 지금의 나도 좋다. 


나의 원래의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또 회사에 적응해 나가야겠다. 아직도 미숙하고 어렵고 실수도 많지만 말이다. 


난 회사 다니면 못하는 것이 없는 멋진 커리어우먼이 될지 알았는데… 모르는 것도 많고 어리숙하고 모든 것이 어려운 여전히 미생이다. 모르는데 아는 척하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낑낑거리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도 보고 검색해서 하나씩 해내는 나를 보면 대견하다. 그렇게 나만의 길을 가다 보면 나와 결이 맞는 사람도 만나게 될 것이다. 오늘도 잘했지 않은가? 앞으로도 이렇게 하면 된다. 


이게 뭐라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문을 여는 것조차 큰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사람의 사소한 표정과 감정까지 읽어내는 나는 그래서 더 사람이 어려운지도 모른다. 가끔 내가 안 보고 싶은 것을 보는 내가 참 힘들다. 


감정의 소모가 많은 다음에는 푹 쉬어야 한다. 그래야 다시 감정을 받아들일 수가 있다. 오늘은 모든 것을 잊고 쉬어가자. 긴장한 채로 먹었더니 밥도 잘 넘어가지 않았다. 집에 와서 혼자 밥을 먹는데 너무 좋다. 마음 편한 것이 최고인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 화려하지는 않지만 음악이 들리고 따스하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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