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산책’은 따뜻하고 다정한 그림책이다. 친구와 헤어진 아이가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는 가장 빠른 길보다 더 먼길로 천천히 산책하듯 집으로 돌아간다. 그 길에서 아이는 뒤집혀 버둥대는 무당벌레, 잔뜩 찌푸린 먹구름 등을 만난다. 무당 벌레에게는 “괜찮아?” 라고 묻고, 먹구름에게는 “울어도 돼”라고 말한다. 무당벌레는 넘어진 김에 하늘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한다. 울음을 삼키고 있는 먹구름에게는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라고 허락한다.
‘다정하다’는 ‘따뜻하다’, ‘정이 많다’는 단순한 말로는 부족하다. 다정함은 감정보다는 태도에 더 가까운 말이다. 아이는 서두르지 않고, 상대를 자기 기준으로 끌어 들이지도 않는다. 대신 묻고, 허락한다.
다정함과 비슷한 ‘친절’, ‘관대’, ‘연민’ 등의 말이 있다. 친절은 행동이 중심이고 상황이 끝나면 행동도 끝나 지속적이지 않다. 관대는 진실이 아닌 것까지 포용하려는 태도라서 윤리의 기준이 낮아질 수 있다. 연민과 다정함은 시선의 위치가 다르다. 연민이 높은 자리에서 아래를 바라보는 태도라면, 다정함은 같은 자리에서 “괜찮아?”라고 묻고 “ 울어도 돼”라고 허락하는 말이다. 이 말을 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조급함이나 판단을 먼저 비워야 한다. 다정함은 판단이나 단정이 아니라 여백과 밀도가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혼자가는 길이었지만 외로운 길이 아니었다. 산책길에서 만난 존재들에게 다정함을 건네고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혼자였지만 다른 존재들과 마음을 주고 받는 소통과 통로의 시간이었다.
나도 다정해지고 싶다. 요즘 나를 채우고 있던 조급함이나 부산스런 몸짓들을 덜어내고 먼 길이지만 산책하듯 걷고, 멈추어 서서 :괜찮니?, “ 울어도 돼”를 물어보고 허락하는 산책을 하고 싶다. 그길에서 누군가 나에게 물어오면 다정하게 대답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