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섣달 그믐밤,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우동집도 손님으로 붐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우동집에 소박한 옷차림의 젊은 어머니와 두 아들이 들어온다.
" 우동... 한 그릇 주세요."
젊은 어머니는 미안해 하는 표정으로 우동을 시킨다. 주인은 순간 망설였지만,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우동 한 그릇을 내 놓는다. 우동 한 그릇을 내 오면서 평소보다 면을 조금 더 넣고 국물도 넉넉하게 붓는다. 주인은 면을 더 넣었다는 것과 국물을 더 넣었다는 어떤 말도 없이 그저 조용한 미소를 띠며 우동을 내 놓는다. 어머니는 우동을 먹는 아이들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도 그 모자의 모습을 보았지만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조용한 우동집은 사람들의 온기로 더 따뜻해진다. 우동 한 그릇을 맛있게 먹은 후 계산대에 선 어머니에게 주인은 우동 한 그릇값만 받는다. 이 이야기는 구리 료헤이의 동화 '우동 한 그릇'이다. 몇 번을 읽어도 울컥하게 한다.
우동집 주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나는 왜 읽을 때마다 매번 울컥해질까.
주인의 조용한 배려, 내세우지 않는 친절함, 세 모자의 형편을 알아차리되 알아차렸다는 표정을 짓지 읺는 어른, 감정 표현은 절제하고 행동으로 선한 성품을 보여주는 어른, 이런 어른이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다.
자신의 선행을 내세우며 자랑하는 사람, 다른 사람의 처지는 생각하지 않고 자식 자랑, 남편 자랑, 명품 산 이야기 등 허세로 자신을 채우려는 사람, 이런 어른을 보면 얼굴이 찡그려지고 다시 보고 싶지 않다.
어쩌면 그 모습 속에서 버리고 싶은 나를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그런 식으로 드러나는 내 그림자같은 모습. 세월이 쌓이면 그만큼 지혜로워져야 할텐데 말은 빨라지고 귀는 점점 더 닫힌다. 이야기 듣기보다 먼저 말하고 싶고, 지나온 시간을 훈장처럼 여기며 아집을 단단하게 쌓는다. 여유가 줄어드니 넉넉함도, 인내도 줄어든다. 이런 나를 걱정하며 닮고 싶은 어른을 그려본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는 우동집 주인같은 어른. 말보다 먼저 음식을 내밀고, 조언보다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며, 살며시 따뜻한 손을 얹어주는 어른. 이런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런 어른을 주변에서 찾아보려 했으나 쉽게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그런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