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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리 Jul 16. 2022

부분과 전체

개인과 역사


  자칭 ‘이야기 수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근대기록자료를 조사하면서 파생된 일거리다. 누구에게 고용된 일이 아닌 스스로 찾아낸 일감이라 촉박함이 없는 것이 단점이다. 그러나 한 사람 삶을 기억하며 그 삶의 여정을 되돌아가는 일이 촉박함으로  삭제되거나 축소되지 않는 점은 장점이다.


   그러기로 하면서 자료 조사 차 발견한 책이 최현숙의 ‘할배의 탄생’, 윤택임의 ‘기억을 기록하다’, ‘구술로 쓰는 역사’ 등이다. 최현숙 책은 생생한 현장감이 있다. 자신의 해석과 구술자 이야기를 따로 분리하여 두 분 구술자의 날 것을 그대로 들려 준다. 반면 윤택림 책은 구술 연구를 오래 한 학자의 글이다. 그래서 다소 딱딱한 감이 있다. 내게는 두 책 모두 의미 있다. 구술의 실제를 보자면 최현숙 책이 유용하고 그것의 기초는 윤택림 구술연구서로 받쳐줘야 하기 때문이다.


    읽기 차례로 보자면 윤택림 책이 먼저다. 그러나 호기심은 먼저 ‘할배의 탄생’으로 눈길을 주었다. 저자 최현숙은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이웃이라 더 정이 간다. 저자는 독거노인 생활관리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독거노인을 방문하다가 그들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했다.


    최현숙의 언어는 도전적이다. 그래서 그녀의 이력을 살펴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녀는 결혼 후 ‘운동권’이 되었다. 결혼을 통해 마주하게 된 ‘가난’이 그녀를 사회로 나가게 했으며 그 사회 활동 속에서 이 책이 탄생하였다.


    책은 김용술, 이영식 구술자 두 명에 집중되었다. 여러 명의 구술자가 나오리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던 나는 ‘에게, 고작 두 명만?’이라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나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선택한 책이라 내게는 그 깊이감이 좋았다. 두 분 구술만으로 ‘할배의 탄생’이라는 거룩한 제목이 나오기에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그건 학술회에 가서나 할 수 있는 반박이다. 낚시줄에 꿰인 듯 ‘탄생’이라는 제목을 거북하지만 수용했다.


   그녀는 아버지와 싸우며 모든 사회적 통념과 가치관에 의심을 품어 왔다고 했다. 그래서 여성주의적 삶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책의 첫머리에 ‘여성으로 만 58년을 살아온 내가 70대 초반 두 남성의 이야기로 글로 옮기는 일은, 위험해서 매혹적이라고 했다’, ‘위태롭고 험한 짓은 내 변태적 욕망의 발동이라 원초적’이라고도 했다. 위험을 즐기는 유일한 방법은 ‘깨지는 김에 배우자’라고 했다. 이 책은 어쩌면 역경과 ‘맞장’ 뜨면 살아온 그녀의 세상에 대한 이해이기도 했다.


    책은 ‘차례, 들어가며( 소제목 3개), 김용술(만나게 된 곳, 건강 상태, 인터뷰를 하게 된 동기 등과 김용술의 구술, 저자의 후기, 구술자 연보), 이용식(김용술의 글과 동일한 구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구성은 책 한 권을 엮기 위해 이야기를 수집하고 그 이야기로 창작의 ‘빌미’를 잡으려고 하는 내게 좋은 자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앞으로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근대기록자료에 얽힌 이야기를 수집하여 그것을 글쓰기 재료로 엮어갈 것이다. 그것은 역사의 담론에서 한 구석일 수 있지만, 부분이 전체를 개혁했던 역사적 맥락에서 보자면 결코 가볍게 여길 일도 아니다. 이 점에서 내 글쓰기 주제에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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