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Sep 08. 2024

몰랐으니까!



  토요일 오전에는 지리산 도서관에서 글쓰기 수업이 있다. 수업을 끝내고 집으로 오는데 차 계기판에 빨간색 경고등이 들어왔다.
 타이어에 공기압이 부족하니 어쩌고 저쩌고라는 문구가 떴다. 나는 단순하게 "바퀴에 공기가 빠졌구나. 집에 가서 채워야지."라고만 생각했다.
 집으로 오다가 지인 집에 들러 두세 시간 정도 지체했다. 집으로 가려면 작은 터널을 지나야 한다. 그 터널을 지나는데 오른쪽 뒷바퀴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무슨 소린지 귀를 기울여 보지만 알 수 없다.
 집에 다 와 가니 도착해서 확인해 보자고 생각했다.
 집은 산 중턱에 있어  제법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그런데 차가 이전과는 다르게 힘차게 오르지 못한다. 붉은 경고등이 들어온 것도 신경 쓰이고 조금 전에 들리던 소리의 느낌도 좋지 않았다.
 거기에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는 공포감 마저 느끼게 했다.  겨우겨우 집 마당에 주차를 하고 소리가 났던 쪽으로 갔다.
 허걱!  뒷바퀴가 주저앉았다. 바퀴가 이런 상태인 줄도 운전을 했단 말인가? 피는 발끝으로 주르륵 흘러내리고 머릿속이 아슴아슴해졌다.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보냈다. 남편의 전화가  득달같이 달려왔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묻는 남편에게 전, 후 사정을 이야기했다.

 퇴근해서 바퀴의 상태를 확인한 남편의 목소리가  지축을 흔들었다.
  "타이어가 찢어져서 바람이 다 빠졌는데, 저 정도면 시간이 꽤 지난 것 같은데, 경고등이 들어왔으면 내려서 확인을 했어야지. 타이어만 갈아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데, 휠까지 휘었구먼!"
  35년을 같이 사는 동안 남편의 말의 속도가 빛의 속도보다 빠르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아내의 안전보다 일이 커진 상황만 탓하는 남편에게 서운했다. 예전에 나는  "내가 알았냐고!" 같이 소리치며 맞대응했을 일이다. 그러면 싸움은 커지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다. 그런 사실을 알기에 남편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소리 죽여 심호흡을 한 나는 차분하게 목소리를 낮추었다.
  "여보! 내가 몰랐잖아. 알았다면 집까지 운전해서 왔겠어? 그 자리에서 당신에게 전화를 하던지 공업사에 가던지 했겠지. 그냥 집에 가서 바람을 넣으면 되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지. 상황이 이렇게 심각할 거라는 건 상상도 못 했어."
   목소리가 차분해 지니 바퀴 앞에 쪼그려 앉은 남편도 자분자말을 이어갔다.
  "보조 타이어도 없고, 시내까지 나가기 힘들겠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지?"
  "보험사 부르면 안 돼?"
남편이 보험사에 전화를 했다. 30분 정도 지나니 레커차 한 대가 올라왔다.
 보험사 직원은 임시방편으로 찢어진 부분을 때워 주고 갔다. 하지만 타이어는 여전히 주저앉은 채로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뜰함과 미련함의 그 어디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